‘브로맨스’를 자랑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떠들썩한 이별’로 테슬라 개미투자자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지난 5일(현지시간) 14% 넘게 폭락했던 테슬라 주가는 6일 3.67% 상승하며 295.14달러로 거래를 마쳤지만, 트럼프∙머스크 갈등이 노출될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변동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미국 빅테크 기술주들이 트럼프 상호관세 여파로 지난 4월 급락했다가 이후 일정하게 상승 흐름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美 행정부 떠난 머스크, 포격 시작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가 본격적으로 서로를 향해 비방전을 편 건 지난 3일부터였다.
지난 5월30일 미 정부효율부(DOGE) 수장직에서 물러난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고 이름 붙인 감세 법안에 대해 3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서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이 엄청나고 터무니없으며 낭비로 가득 찬 의회 예산안은 역겹고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비판했고, 다음 날에도 “법안을 죽여라(KILL the BILL)”라고 선동하는 글을 올렸다.
감세법은 법인세를 줄여주는 점에서 테슬라에도 이익이 되지만, 전기차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 감축이 포함돼 있어 장기적으로 테슬라 사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거침 없는 입담을 자랑하는 트럼프 대통령도 강도 높게 맞대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5일 “나는 놀랐다. 매우 실망했다”고 비교적 차분하게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머스크가 곧장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선거에서 졌을 것이고,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했을 것”이라며 “(트럼프는) 아주 배은망덕하다”고 쏘아붙였다. 또 “미국에서 실제로 중간에 있는 80%를 대표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 때가 되었나?”라며 트럼프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그에게 떠나라고 요청했고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전기차를 강요하는 정책을 빼앗았다. 그는 그저 미쳐버렸다”고 재반격했다. 6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머스크와의 통화 계획을 묻자 “정신이 나간(lost his mind) 그 사람 말인가. 지금은 별로 관심이 없다”고 했고 “그 불쌍한 자(the poor guy)는 문제가 있다”고 인신공격을 했다.
또 “우리는 모든 것을 검토할 것이다”, “보조금이 너무 많다”며 머스크 소유 사업체와 맺은 정부 계약 해지 가능성을 내비치며 칼을 빼들었다.
◆주도권 상실한 머스크, 감세법 반발
둘의 ‘브로맨스’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머스크가 트럼프 측근들과 갈등을 빚으면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세청장에 머스크 추천 인물이 아닌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사람을 낙점하면서 머스크는 베선트 장관과 백악관에서 욕설과 고성을 내지르며 싸웠다. 이 둘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는 앞에서 육두문자를 쓰며 대립했다. 베선트 장관이 머스크에게 “엿이나 먹어라(F**k you)”라고 소리쳤고 머스크는 “더 크게 말해보라”며 맞섰다. 머스크는 마크 루비오 국무장관과 숀 더피 교통장관과도 마찰을 빚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때만 해도 테슬라 ‘모델 S’ 차량을 구입해 백악관에서 머스크와 함께 탑승하며 머스크의 기를 살려줬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에서 입지가 축소된 머스크는 점차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되자 불만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감세법안은 그 기폭제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은 이 법안(감세법안)의 내부적인 작업을 여기 앉아 있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고 했지만, 머스크는 “거짓이다. 이 법안을 내게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고 의회에서 거의 아무도 읽어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한밤 중에 통과됐다”고 반박했다.
테슬라가 감세법안으로 피해를 입게 된 데다 머스크가 트럼프 정부 내에서 주도권을 잃게 되면서 지금의 설전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며칠 간 요란하게 ‘파국 드라마’를 보여준 두 사람은 현재는 서로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을 멈추며 확전을 자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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