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에 필수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이 커지면서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이 전년보다 10% 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HBM의 경우 전년보다 81% 성장이 예상돼 이 시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3일(현지시간)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를 7009억달러(952조원)로 전망하는 내용의 ‘WSTS 반도체 시장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전년 6269억달러보다 11.2% 증가한 수치다. WSTS는 전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을 회원사로 둔 글로벌 반도체 통계 조사기관이다.
WSTS는 올해 AI, 클라우드 시설, 첨단 소비자 전자제품 등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제품군별로는 메모리와 로직 반도체 부문이 성장을 주도한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분야는 올해 11.7%, 로직 반도체는 23.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모리 분야 중에서도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HBM이 전년 대비 81% 고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디스크리트 반도체, 광전자, 마이크로 IC 등은 한 자릿수 감소세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WSTS는 “지속되는 무역 갈등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공급망 불안, 특정 응용처의 수요 감소가 주 원인”이라고 밝혔다.
내년 반도체 산업은 올해보다 8.5% 성장한 7607억달러로 예측했다. 내년 메모리 매출 증가치는 16.2%로 전망했다. WSTS는 “내년에 메모리 부문이 다시 한번 반도체 성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제품군 중 HBM의 성장률이 두드러지면서, 이 시장을 주도하는 SK하이닉스의 선전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HBM 수요 폭발 덕분에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의 왕좌는 기존 삼성전자가 아닌 SK하이닉스에 돌아갔다. 시장조사기관인 옴디아, 카운터포인트리서치, 트렌드포스 모두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고 발표했다.
옴디아는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을 36.9%, 삼성전자는 34.4%라고 발표했다. 옴디아 조사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선 것은 33년 만이다.
트렌드포스 역시 1분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각각 36%, 33.7%라고 발표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집계한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에서도 SK하이닉스는 36%, 삼성전자는 34%로 나타났다.
글로벌 AI 경쟁이 컴퓨팅 파워 등 인프라에서 소프트웨어·서비스로 옮겨가기 전까지 당분간 SK하이닉스의 독주는 이어질 전망이다. 5세대인 HBM3E에 이어 향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격전지가 될 6세대 HBM4에서도 SK하이닉스는 경쟁사인 삼성전자·미국 마이크론을 앞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월 업계 최초로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들에 HBM4의 샘플을 공급하고 하반기 양산을 앞둔 상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아시아 정보기술(IT) 전시회 ‘컴퓨텍스 2025’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깜짝 방문해 “HBM4를 잘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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