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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정상회담 준비 덕에 트럼프 환심 산 독일 새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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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6-06 07:13:58 수정 : 2025-06-06 07: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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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잘한다”고 트럼프한테 이례적 칭찬받아
회담 분위기 화기애애… “트럼프와 잘 통했다”

“영어를 정말 잘하시는군요. 독일어 실력만큼 좋으신가요?”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백악관에서 취임 후 처음 미국을 방문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을 찾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신임 독일 총리를 칭찬하며 던진 농담이다. 툭하면 외국 정상들한테 면전에서 모욕과 질책을 가해 온 트럼프가 이례적으로 메르츠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독일 국내에서 우려했던 것과 달리 트럼프와 메르츠의 첫 대면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5월6일 취임한 메르츠는 이날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했다. 트럼프와의 만남을 앞두고 메르츠는 철저한 준비를 했다. 영어 구사력을 가다듬는 동시에 먼저 트럼프와 대화를 나눈 타국 정상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자문도 구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개시에 앞서 트럼프로부터 미처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고 결국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전례를 감안해서다.

 

트럼프는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영토를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는 젤렌스키에게 “전쟁을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하려는 것이냐”고 윽박질렀다. “당신은 아직 평화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듯하니 준비가 되면 다시 오라”며 아예 백악관 밖으로 쫓아냈다. 트럼프는 라마포사에게는 “남아공에서 백인 농부들이 흑인들에게 집단적인 살해를 당하고 있다”고 뜻밖의 의혹을 제기했다. 당황한 라마포사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다가 회담이 그만 종료하고 말았다.

 

이날 트럼프는 독일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 예산 비율을 미국의 요구대로 5%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메르츠의 영어 구사력에 찬사를 보냈다. 통역 없이 정상회담에 임한 메르츠는 “(영어가) 저의 모국어는 아니지만 가급적 모든 말을 알아듣기 위해 노력한다”고 겸손한 답변을 내놓았다.

 

변호사 출신인 메르츠는 2009년 정계를 떠나 미국의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 독일 법인 임원으로 오래 일했다. 그의 영어 실력은 이 시기에 미국인 임직원들과 어울리며 일취월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왼쪽)가 정상회담 개시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을 건네고 있다. 이는 트럼프의 할아버지인 독일계 미국인 프리드리히 트럼프(1869∼1918)의 출생 증명서 사본을 황금색 액자에 담은 것이다. AFP연합뉴스

메르츠는 트럼프를 위해 나름 정성을 들인 선물도 준비했다. 트럼프의 할아버지인 프리드리히 트럼프(1869∼1918)의 출생 증명서 사본이 그것이다. 프리드리히는 오늘날 독일 라인란트팔츠주(州) 칼슈타트에서 태어나 1886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그때부터 20년 가까이 여러 종류의 사업을 하며 큰 재산을 모았다. 1904년 프리드리히는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독일로 귀국하려 했으나, 그가 고의로 병역을 기피했다고 여긴 독일 정부는 되레 추방령을 내렸다. 결국 프리드리히는 이름을 영어식인 ‘프레더릭’으로 바꾸고 남은 생을 뉴욕에서 보냈다.

 

메르츠는 트럼프 조부의 출생 증명서 사본을 트럼프가 좋아하는 황금색 액자에 담아 건넸다. 트럼프는 커다란 기쁨을 표시했으며 “독일을 방문해달라”는 메르츠의 초청을 즉석에서 수락했다. 정상회담 후 독일 언론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메르츠는 “개인적 차원에서 잘 소통할 수 있는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는 느낌을 받고 돌아간다”는 말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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