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정부, 화학 물질 사용방식 원두 규제
카페인 성분에 민감한 체질인 회사원 A씨는 식후 마시는 한 잔의 커피를 통해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지만, 수면 장애 때문에 못 마실 때가 있다. 그러던 중 ‘디카페인 커피는 괜찮지 않을까’는 생각에 마셨다가 그날 밤 각성된 상태로 한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자신의 몸 상태가 바로미터인 A씨는 ‘디카페인 커피에도 카페인이 있나’하는 생각이 들어, 이후로는 시간대를 고려해 늦은 오후에 디카페인 커피 섭취를 자제했다.

디카페인 커피는 말 그대로 ‘카페인을 제거한’(Decaffeinated) 커피지만, 이 안에도 3% 가량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기술적으로 완전히 제거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어떠한 제거 기술을 사용했느냐에 따라 디카페인 커피의 맛과 안전성에도 차이가 난다.
◆화학 물질 사용 방식…국내에선 ‘금지’
전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도 홈페이지에서 디카페인 커피 제조법으로 3가지 방법을 소개하면서 “이들 모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커피 원두에서 카페인의 97% 이상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제거한다”며 “일반 커피 한 잔의 카페인 함량이 약 95mg인 반면 디카페인 커피 한 잔은 약 2mg”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3가지 방법 중 가장 흔하게 쓰이는 기술은 ‘용매 추출법’(직접 접촉법)이다. 화학 물질을 이용해 카페인을 뽑아내는 방식으로 공정 비용이 가장 저렴하다.
커피 생두를 물이나 증기로 불린 뒤 생두가 부드러워지면 젖은 생두에 용매를 첨가한다. 주로 ‘메틸렌클로라이드(염화메틸렌)’이나 ‘에틸아세테이트’가 사용된다. 그러면 카페인 분자가 용매와 결합된다. 이렇게 카페인이 제거되면 생두를 세척해 다시 고온 증기로 가열한 뒤 용매를 증발시킨다. 쉽게 말해 말랑말랑해진 생두에 카페인이 흡착되는 화학물질을 넣어 씻은 뒤 다시 말리는 것이다.

비록 화학 물질을 사용하긴 하나 미국 FDA가 허용한 안전한 방식이라고 한다. 그러나 화학 물질이 완전히 제거되는 건 아니다. FDA는 잔류 허용 기준을 10ppm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환경단체와 소비자단체에선 카페인 제거에 사용되는 메틸렌클로라이드가 국제암연구소의 2군 발암 가능성 물질인 점을 들어 사용 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다만 국내 소비자의 경우 안심해도 된다. 한국 정부는 화학 용매를 사용한 디카페인 커피의 수입 및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에 유통하는 커피 브랜드들이 미국에선 화학 용매 방식의 원두로 디카페인 커피를 만들고 고급 버전은 따로 판매하지만, 한국에선 고가의 안전한 공정만 사용한다”며 “한국 정부의 규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입 제품 구입 시 ‘공정 방법’ 확인해야
우리나라에서 이용하는 나머지 두 방법에는 ‘스위스 워터 공정’과 ‘이산화탄소 추출법’이 있다. 둘 다 화학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스위스 워터 공정은 커피 원두를 따뜻한 물에 담가 카페인과 함께 커피 향과 맛을 내는 성분을 추출한다. 이 ‘향이 가득한 물’을 필터에 통과시켜 그 안에 있던 카페인 분자를 걸러낸다. 그런 다음 향이 가득한 물에 커피 원두를 담가 커피에 다시 향을 불어넣는다.
이산화탄소 추출법은 커피 원두를 고압 탱크에 넣고 그 안에 액체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주입한다. 이산화탄소는 카페인만 선택적으로 녹여 추출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카페인은 용해되고 커피의 향과 맛은 더 높아진다. 이 기술은 3가지 방법 중 가장 진화된 버전으로 평가된다.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이나 임산부, 수면 장애가 있는 사람들, 약물 복용 중인 사람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카페인 성분이 남아 있는 만큼 하루에 여러 잔 마시는 건 좋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또 수입 제품이나 직구로 직접 해외에서 들여올 경우 제조 방법을 확인한 뒤 선택하는 게 좋다.
화학 용매를 사용한 방식에는 ‘Ethyl Acetate (EA, 에틸아세테이트)’, ‘Methylene Chloride’(메틸렌클로라이드)라는 용매제 이름이 포장에 쓰여진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