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잉여 남성들… 남성 > 여성 폭력을 쫓다

입력 : 2025-06-07 06:00:00 수정 : 2025-06-05 23:17:33

인쇄 메일 url 공유 - +

아시아권 국가 남아선호사상
‘남성 과잉’ 불균형 사회 초래
주변부 내몰릴 가능성 높아져
성매매·납치 등 사회 범죄들도
성비 불균형 부작용으로 분석
‘인구통계학적 폭탄’ 현실 고발

남성 과잉 사회/ 마라 비슨달/ 박우정 옮김/ 현암사/ 2만2000원

 

책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성비 불균형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저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인도, 아제르바이잔, 베트남 등을 다니며 인구통계학자, 경제학자, 의사, NGO 활동가, 이주 여성 등 다양한 사람을 만나 성비 불균형이 불러온 폭력과 분노 사회 실태를 고발한다. 지난 수십년간 아시아권 국가들은 여자아이를 임신하면 낙태를 하고 남자아이만 낳았다. 그 결과로 남초 사회, 즉 ‘남성 과잉 사회’가 됐다.

신간 ‘남성 과잉 사회’는 성비 불균형이 초래하는 경제 불평등 문제와 배우자를 구하지 못해 좌절하는 남성들의 인신매매, 폭력 등의 문제를 정면으로 파헤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억6300만명’. 책 서두에 나오는 이 수치는 중국과 인도, 한국 등에서 태어나지 못한 여아들을 합한 것으로 미국의 여성 인구와 맞먹는다. 저자는 “아시아에서 과거 몇십 년 동안 자연 출생 성비가 유지되었다면 1억6300만명의 여성이 더 살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1980년대 초음파 검사기가 보편화하자 태아의 성별을 쉽게 알아낼 수 있게 됐다. 낙태가 공공연하게 성행하던 시절, 대를 이을 아들을 원하던 사람들은 뱃속의 아이가 딸로 확인되면 지우기를 선택했다. 자연적인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5명 정도로 유지되지만, 이들 국가에서는 남아 선호 사상이 팽배하고, 초음파나 태아 성별 감별기 등 의료 기술의 발달과 맞물려 성비 불균형이 가속화했다. 1980년대 한국과 대만, 싱가포르의 여성 100명당 남성의 성비는 109명을 넘어섰고, 인도는 112명, 중국은 120명에 달했다. 특히 중국 일부 지역은 150명∼170명대에 이르기도 했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문화적 전통과 경제적 구조, 기술 발전, 국제 사회의 인구 정책이 얽혀 형성된 복합적 문제라고 강조한다.

마라 비슨달/박우정 옮김/현암사/2만2000원

저자는 특히 1980년대 이후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에서 진행된 가족계획 정책이 어떻게 여성 혐오적 결과를 낳았는지를 추적한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슬로건은 결국 가족들에게 “적은 수의 자녀를 가질 수밖에 없다면, 그중 하나는 반드시 남자여야 한다”는 압박을 주었고, 이로 인해 대규모의 성별 선택 낙태가 이뤄졌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경향이 사회주의 국가뿐만 아니라 자유시장 경제를 채택한 국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자본주의와 기술의 발달이 결합하면서 ‘남아 선호’라는 문화적 코드가 전례 없이 강화됐다는 것.

성비 불균형은 인류가 처한 심각한 사회 문제다. 잉여 남성이 많아진다는 것은 남자들이 결혼하지 못한다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적 불안정을 불러온다. 그런데도 성비 불균형은 오랫동안 미래의 일, 저절로 해결될 사안으로 가벼이 치부돼 왔다. 저자는 ‘잉여 남성’들로 인해 발생할 사회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잘사는 지역과 국가의 잉여 남성들이 배우자를 얻기 위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과 국가의 여성을 구매하는 것은 여성을 상품화하는 것으로, 이로 인해 인권과 존엄이 후퇴하게 된다. 이뿐 아니라 성매매, 인신매매, 조혼, 납치 등 여성 대상 범죄가 발생한다. 대만 등 잘 사는 국가의 ‘잉여 남성’들은 베트남으로 일주일간 결혼여행을 떠나 아내를 구한다. 중국과 인도의 부유한 지역에서는 남성들이 불법 중개인들을 통해 가난한 지역의 여성을 산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비극적인 상황도 언급되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아내들 중 4분의 1이 남편에게서 신체적 위협을 느끼고 있다. NGO단체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활동가는 센터에 방문하는 여성은 학대받는 여성의 일부일 뿐이라며 많은 시부모가 며느리를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고 알려주었다. ‘그 사람들은 며느리를 얻기 위해 많은 돈을 썼어요. 그래서 며느리를 가두어두고 나가지 못하게 하죠.’ 아내 학대는 때때로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사고로 악화하기도 한다. 2010년 여름, 스무 살의 베트남 여성 탁티황응옥은 한국에 도착한 지 8일 만에 47세인 남편의 칼에 찔려 숨졌다.”(250쪽)

남성 과잉 사회에서는 젊은 남성 집단이 결혼도, 가족도, 안정적인 생계도 얻지 못한 채 사회 주변부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 이는 범죄와 폭력 등 사회 병리로 이어질 수 있는데, 저자는 이를 ‘인구통계학적 폭탄’이라고 규정한다.

남성 과잉 사회는 ‘테스토스테론 과잉 사회’로 치달을 수도 있다. 남성에게서 훨씬 다량으로 분비되는 테스토스테론은 그 수치가 과다할 때 흥분, 반달리즘(파괴 행위), 공격성, 모험심, 기본적인 규범 위배 등의 반사회적 행동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폭력성 증가는 그저 예견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현실로 닥치고 있는 현상이다. 책은 단순한 인구 통계나 문화적 관습을 넘어, 뱃속에서 지워진 여성들의 뒤에 숨겨진 비극적 현실을 고발하고 세계화와 기술 발전이 어떻게 여성 인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소개한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유스피어 다온 '완벽한 비율'
  • 유스피어 다온 '완벽한 비율'
  • 조이현 '인형 미모 뽐내'
  • 키키 지유 '매력적인 손하트'
  • 아이브 레이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