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의 공정한 관리를 위해 1963년 창설됐다. 그 위원장은 60년 넘게 현직 대법관이 겸임하고 있다. 선관위원장 임명에 관한 명문 규정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헌법이 행정부·입법부·사법부가 각 3명의 선관위원을 지명해 총 9명으로 위원회를 꾸리되 위원들의 호선(互選)을 통해 위원장을 뽑도록 한 것이 전부다. 그런데 사법부 몫 위원 중 한 명인 현직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추대하는 것이 불문율처럼 굳어졌다. 사광욱 대법관(1961∼1973년 재임)이 1963년부터 1968년까지 5년간 초대 위원장으로 재직한 것이 시초다.

헌법상 선관위원장 임기는 6년으로 대법관과 같다. 문제는 현직 대법관인 선관위원장이 대법관으로서 6년 임기를 채우고 물러나는 경우 선관위에서도 손을 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법관 임기가 종료한 뒤에도 일정 기간 동안 선관위원장 직무를 수행한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나, 사법부 구성원 다수는 대법관으로서 6년 임기가 끝나면 선관위원장도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결국 선관위원장은 정해진 임기가 없는 자리가 되고 말았다. 2000년 이후 선관위원장을 지낸 인사 9명의 재직 기간 평균을 내보니 약 29개월로 3년에도 못 미친다.
1988∼1989년 선관위원장을 역임한 이회창 전 대법관은 훗날 회고록에서 “(대법관들 사이에) 선관위원장은 모두 가기를 꺼려 하는 자리였다”고 술회했다. 그러면서 “대법관 업무 외로 겸직하는 자리인데도 대법관의 사건 배당에 이를 전혀 참작하지 아니해 업무 부담이 컸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즘은 그때보다는 사정이 좀 나아졌다. ‘대법원 사건의 배당에 관한 내규’가 개정돼 선관위원장을 겸하는 대법관은 선거일이 임박하면 사건 배당을 절반으로 줄여준다고 한다. 그래도 선관위원장이 상고심 사건 기록과 씨름해야 하는 현실은 그대로다.

지난 6·3 대선은 사전 투표 단계부터 선관위의 부실 관리 정황이 숱하게 드러났다. 부정 선거 논란에 마침표를 찍겠다던 선관위의 각오는 결국 물거품이 되었고, 노태악 선관위원장(대법관)은 이번에도 국민 앞에 고개 속여 사과해야 했다. 회사는 경기 과천(선관위)에 있는데 정작 그 사장은 서울 서초동(대법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다면 그런 회사가 발전할 수 있겠는가. 전직 대법관이나 전직 헌법재판관에게 위원장을 맡겨 지금처럼 ‘파트타임’이 아닌 상근으로 일하며 직원만 3000명에 달하는 선관위 조직을 감독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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