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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천국은 끝났다”…무려 2조원 증발?

입력 : 2025-06-07 20:00:00 수정 : 2025-06-07 19: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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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 쇼핑, 불법 재판매 이어져…제도 자체의 신뢰성 손상
전문가 “소비세 인하 사회보장 시스템 지속 가능성 위협”
부족한 재원 국채로 메우는 건 미래 세대에 부담될 수도

일본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제공해온 면세 제도의 폐지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세수 확보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관광객들이 면세 혜택을 악용해 부당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게티이미지뱅크

자민당 소속 나카니시 켄지 의원은 7일, 같은 당 타나카 카즈노리 의원과 함께 외국인 관광객의 면세 쇼핑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자민당 세제조사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카니시 의원은 “이제 일본은 단순히 ‘값싸다’는 이유로 선택받는 관광지가 아닌 진정한 문화와 가치를 경험할 수 있는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며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을 ‘쇼핑 천국’으로만 인식하는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타나카 의원 역시 “면세 제도의 부정 사용은 소비세의 공정성과 신뢰를 해친다”며 “더 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이 5000엔 이상 상품을 구매할 경우 10%에 달하는 소비세를 면제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를 악용해 면세로 물품을 구입한 뒤 일본 내에서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행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2022년 3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약 690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각각 1억엔 이상 면세 쇼핑을 했으나 이들이 구매한 물품은 국외 반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면세 혜택은 출국 시 세관 신고와 통관을 전제로 적용되지만 다수의 사례에서 구매품이 일본 국내에 머무르거나 재판매된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약 2400억엔(약 2조10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자민당은 “면세 제도가 당초 기대했던 지역경제 활성화나 고용 창출로도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제도의 실효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정부는 이미 제도 개정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이 쇼핑 시 우선 정가를 지불하고, 출국 시 세관 통과 확인을 거쳐 소비세를 환급받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만으로는 제도 악용을 완전히 차단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하면서, 아예 면세 자체를 폐지하자는 논의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논의는 자민당이 국내 소비세 인하 조치 역시 유보하기로 한 결정과도 연결된다. 최근 일본 정치권에서는 미국 관세정책 대응과 물가 상승으로 인한 민생 부담 완화를 이유로 소비세 감세가 거론됐으나, 정부와 여당은 세수 감소 우려로 이를 시행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10%인 소비세를 연금, 의료 등 사회보장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소비세율 인하 시 최대 10조엔에 달하는 세수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는 소비세 인하는 사회보장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부족한 재원을 국채로 메우는 것은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이번 면세 제도 폐지 움직임을 단기적인 세수 확보뿐 아니라 조세 정의를 회복하려는 시도로 평가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인 면세 쇼핑이 불법 재판매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제도 자체의 신뢰성이 손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세는 일본 사회의 복지 기반을 떠받치는 핵심 재원인 만큼, 공정한 납세 원칙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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