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내조가 만든 대권…이재명과 김혜경의 35년 동행

공식 유세는 ‘0회’…사찰·봉사·사전투표로 완성한 김혜경의 ‘그림자 내조’

김혜경 여사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민 개표방송 행사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공동취재

“혜경아,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재명 제 21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를 앞두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긴 시간 곁을 지킨 아내 김혜경 여사를 향한 진심 어린 고백이었다.

1991년 결혼한 두 사람은 올해로 35년을 맞는다. 소개팅으로 만나 네 번째 만남에서 청혼했고, 7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이후 이 대통령이 인권변호사에서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당 대표를 거쳐 대권 도전자로 성장하는 동안 김 여사는 곁에서 묵묵히 내조해왔다.

특히 2016년 이후 이 대통령이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르면서 김 여사의 존재감도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2017년 첫 대선 도전 당시에는 지방 일정을 함께 소화했고,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에도 부부가 함께 출연하며 대중 앞에 섰다.

하지만 2018년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논란으로 큰 시련을 겪었다. 당시 김 여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 아들을 겨냥한 글을 올린 계정의 운영자로 지목됐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친문 지지층과의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이후 한동안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 여사는 2021년 이 후보의 재도전과 함께 다시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호남 봉사활동, 조문, 전통시장 방문 등 물밑에서 보조를 맞췄고, 사찰과 교회 등을 찾아 종교계 인사와의 접점도 넓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민 개표방송 행사에서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

이번 대선에서도 김 여사는 끝까지 ‘잠행’을 택했다. 유세 현장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고, 조용히 부산에서 사전투표를 마쳤다. 공식 활동은 최소화했지만, 소록도와 세월호 선체가 있던 목포 등 소외된 이웃을 찾는 비공개 행보를 이어갔다.

한때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김 여사는 사과문을 통해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 뒤로도 대중 앞에 나서는 일은 없었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도 김혜경 여사의 내조는 끝까지 조용했다. 하지만 조용함 속에 더 깊은 동행이 있었다는 평가다.

한편 이날 오전 6시 21분을 기해 이재명 제21대 대통령의 임기가 공식 개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 위원회의를 열어 대선 개표 결과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했다.

양다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