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재생, 줄기세포 환경 개선에 ‘긍정적’ 영향
한때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강했던 돼지비계(지방)가 최근 ‘슈퍼푸드’ 순위 8위에 오르며 주목을 받고 있다. 비타민B1, 비타민D 등 우리 몸에 유익한 성분이 풍부하다는 점이 재조명된 결과다.
돼지비계는 다이어트나 건강 관리에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돼지고기에는 에너지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타민B1(티아민)이 풍부하다. 비타민B1은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전환시켜 신체 활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며, 그 함량은 소고기보다 약 6배나 높다. 돼지비계에는 비타민D가 많이 포함돼 있다. 비타민D는 뼈와 치아 형성, 면역력 강화에 필수적인 성분이다. 뿐만 아니라,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높을수록 다이어트 효율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은 과체중 남녀를 대상으로 11주 동안 일정량의 칼로리를 제한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비타민D 수치가 높은 참가자일수록 체중 감량 폭이 크고 복부 지방 감소가 두드러졌다고 9일 밝혔다.
돼지비계를 무조건 다이어트 식단에 포함시켜도 괜찮은 걸까. 전문가들은 돼지고기의 적정 1일 섭취량을 100~150g으로 권장하며, 돼지비계의 경우 고지방 식품인 만큼 섭취량과 조리 방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슈퍼푸드’ 순위 자체에 대한 평가 방식에도 일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돼지비계, ‘줄기세포’ 치료와의 연관성도 주목
돼지비계는 줄기세포 분야와의 연관성에서도 최근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이유는 비계에 다량 함유된 올레산 때문이다.
올레산은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으로, 체내에서 염증을 줄이고 세포 재생 능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성은 줄기세포의 성장과 기능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사람의 지방 조직에서는 골수보다 약 500배, 말초혈액보다 2만5000배 더 많은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어 최근에는 자가 지방을 이용한 줄기세포 시술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허벅지, 복부, 팔뚝 등에서 지방을 흡입해 줄기세포를 분리한 후 피부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피부 탄력 개선과 미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줄기세포 시술 전 돼지비계를 식단에 적절히 포함시키면 줄기세포의 질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물론 과도한 섭취는 피해야 하며, 다른 영양소와의 균형도 고려한 식단 설계가 중요하다.
◆전문가들 “건강한 범위 내에서 활용하는 게 중요”
전문가들은 “돼지비계는 오랫동안 건강에 해로운 지방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최근 연구들을 통해 비타민 D와 올레산 같은 유익한 성분이 풍부하다는 점이 재조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타민 D는 다이어트 효율, 면역력, 뼈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올레산은 세포 재생과 줄기세포 환경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돼지비계는 고지방 식품인 만큼 섭취량과 조리 방법을 조절해 건강한 범위 내에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균형 잡힌 식단 속에 소량 포함하는 형태로 접근한다면, 돼지비계 역시 건강한 식재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모닛셀 지방줄기세포연구소 김진옥 연구소장은 “지방줄기 세포 연구에도 불포화지방산과 포화지방산의 비율에 따라 줄기세포 퀄리티가 달라진다고 알려져 있다”며 “돼지 지방에도 풍부한 올레산은 지방줄기세포의 생존과 기능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돼지 지방의 과잉 섭취는 경계해야 한다.
김 연구소장은 “돼지기름에 든 불포화지방산은 시술간 건강한 지방 줄기세포를 채취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도 “포화지방산 함량도 적지 않아 과잉 섭취 시 LDL 콜레스테롤 증가로 심혈관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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