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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 간다더니 처자식 살해… 비정한 父

입력 : 2025-06-03 23:45:22 수정 : 2025-06-04 02: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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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항 차량 추락’ 계획범죄 정황

지난주 아들 학교에 체험학습 문의
여행 중 부인·두 아들 수면제 먹여
車 몰고 바다 돌진… 혼자서 탈출
“빚 1억6000만원… 생활고 시달려”

경찰, ‘살해 혐의’ 영장 신청 방침
이웃주민 “성실한 가족이었는데…”

승용차를 몰고 바다로 돌진해 처자식 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40대 가장이 가족여행을 가장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3일 부인과 두 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살해)로 지모(4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씨는 범행 전인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전남 무안으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광주에서 같은 고등학교 3학년과 1학년에 재학 중인 형제는 가족여행을 가기 위해 지난주 초 학교에 “가족여행을 간다”며 교외 체험학습을 요청했다. 하지만 담임교사가 고3의 6월 모의고사(4일)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만류하자 체험학습을 신청하지 못했다. 체험학습이 어렵게 되자 지씨는 학교의 사전 승인이 필요 없는 하교 이후 여행을 떠났다.

 

가족 4명 탑승했던 차 인양 2일 오후 8시쯤 전남 진도군 진도항 인근에서 일가족 4명이 탑승했던 차량이 인양되고 있다. 목포해양경찰서 제공

지씨는 가족들과 함께 펜션에서 숙박하는 등 여행을 다니다가 31일 목포에서 부인과 두 아들에게 수면제가 든 음료를 먹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씨는 1억6000만원 정도의 빚을 지고 있었다. 채무에 힘들어하던 부인이 정신과 병원에서 처방받은 수면제를 먹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날 차량에서 수거한 블랙박스와 침수된 휴대전화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했다. 경찰은 또 지씨가 사전 범행장소를 답사하거나 범행을 도운 조력자는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숨진 부인과 두 아들을 1차 검시한 결과 특별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아 직접적 사망 원인은 익사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씨 범행 다음 날인 2일 오후 8시7분 전남 진도군 진도항에서 30m 떨어진 해상에서 승용차를 인양했다. 차량의 운전석과 조수석의 창문은 열려 있는 상태였다. 승용차 안에서는 부인과 두 아들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지씨는 열린 승용차의 창문을 통해 혼자 빠져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지씨 아들이 학교에 출석하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자 안전을 염려한 교사의 신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아들의 소재 파악을 하던 중 가족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이 진도항 인근으로 나타나자 폐쇄회로(CC)TV를 조회해 지씨의 승용차가 바다에 빠지는 모습을 확인했다. 바다에 빠진 승용차에서 지씨가 홀로 빠져나와 육지까지 올라온 후 경찰과 해경, 소방 등에 구조요청을 하지 않고 달아나는 모습도 포착됐다.

 

바다에서 빠져나온 지씨는 휴대전화를 빌려 가족과 지인에게 연락해 자신을 태우러 오라고 부탁했다. 건설 현장에서 알게 된 지인이 진도까지 오자 그 차를 타고 광주로 도주했다가 2일 오후 9시9분 광주 서구 양동시장 인근 거리에서 긴급체포됐다. 경찰은 광주까지 차량을 제공한 지인을 붙잡아 범인 도피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건설 현장 노동자인 지씨는 가족과 함께 광주 북구 한 원룸에 거주 중이었으며 기초생활수급자 등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지씨 이웃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집주인은 “월세도 꼬박꼬박 성실히 냈고 항상 인사도 잘했다”며 “부부가 모두 직장에 다니고 아들도 학교를 잘 다녔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생활고 외에도 구체적인 갈등이나 사건 전후 정황 등을 면밀히 확인하고 있다”며 “보험 가입 여부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주·진도=한현묵·김선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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