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중심 투표인증 문화 확산
“투표 참여에 ‘덕질’ 까지 일석이조”
피자매장·고깃집 등 기표소 변신
만 18세 설렘 속 첫 번째 권리 행사
121세 할머니·산불 이재민도 한 표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전국 1만4295곳의 투표소에는 오전 6시부터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번 선거의 열기만큼이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캐릭터나 굿즈를 통한 ‘투표 인증’이 대세 투표 문화로 자리 잡았고 카페나 지하주차장, 웨딩홀에 꾸려진 이색 투표소가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주민센터의 투표소에서 만난 박모(25)씨는 투표를 마친 뒤 캐릭터 ‘가나디’가 그려진 투표 인증 용지로 인증사진을 남겼다. 박씨는 “캐릭터가 귀여워서 인증하기 위해 가져왔다”며 “엑스(X·옛 트위터)를 중심으로 이런 인증 방식이 유행하는데, 대선날을 기록하고 보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같은 투표소에서 만난 오민주(22)씨는 “굿즈나 직접 캐릭터 등을 그린 용지에 투표 인증을 하고 있다”며 “‘덕질’도 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했다.
전국 곳곳의 이색 투표소도 눈길을 끌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는 피자 매장이나 카페인 곳이 투표소로 탈바꿈했고, 경기 광명에서는 고깃집에서 투표가 이뤄졌다. 경기 수원의 예식장과 안산의 택시쉼터도 이날만큼은 투표소가 됐다.

마포구 공덕동 제5투표소는 고시원 건물의 지하주차장에 꾸려졌다. 외식업 종사자 윤태현(35)씨는 “지하주차장이다 보니 접근성이 더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공덕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오래된 재개발 구역이라 투표소를 설치할 만한 장소가 없었다”며 “주민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다 보니 마포구에서 운영하는 공영주차장을 활용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동구 강풀만화거리에 위치한 카페 ‘승룡이네 루디아’도 이날 하루 투표소로 변신했다. 사장 박미정(37)씨는 “카페가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선거엔 2007년 6월4일 출생자까지 투표할 수 있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 중에서는 19만2439명이 유권자가 됐다. 이는 2022년 제20대 대선 당시의 12만6509명보다 6만5930명 증가한 수치다. 충북 청주 서원구 사창동에서 투표를 마친 이모(19)양은 “첫 투표여서 떨리고 설렌다”며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줄 것 같은 후보에게 한 표를 줬다”고 했다.
충북 옥천에서는 주민등록상 최고령 유권자인 이용금(121)씨가 청산면 다목적회관에서 투표를 마쳤다. 이씨는 평소 아끼던 분홍색 스웨터를 입고 큰딸 설윤자씨의 부축을 받으며 투표장에 들어섰다. 그는 “생전 마지막 대통령선거가 될 수 있어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영남권을 덮친 산불로 2개월 넘게 임시숙소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들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산불로 집이 모두 불에 탔다는 경북 안동시 임하면 주민 박모(70)씨는 “재난에 잘 대처하는 후보가 당선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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