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안으로 굽어” 李 지지층 많아
“보수층 마음 바꾸기 어려워” 표심도
제21대 대통령 선거 당일인 3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고향 마을인 경북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 주민들은 일찌감치 투표를 마치고 마을회관에 모여 차분히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후보가 태어난 도촌리는 경북에서도 오지 중 오지로 손꼽힌다. 안동 시내에서도 한참이나 굽이진 길을 달려 찾은 도촌리경로당에는 할머니 일고여덟 명이 모여 점심으로 국수를 삶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70대)씨는 이 후보를 ‘총명한 꼬맹이’로 기억했다. 그는 “지금도 이 후보가 일 년에 두 번 정도 성묘 때문에 고향마을을 찾는데 그때마다 경로당을 꼭 들러 어른들에게 인사를 하고 간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머리가 비상하게 좋았는데 산골 오지인 우리 마을에서 대통령이 나오면 얼마나 좋겠냐”고 했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냐’는 물음에 소파 한 켠에 앉아 있던 한 할머니는 “아무래도 이번엔 이 후보가 되지 않겠냐”면서 “투표가 끝나면 마을 회관에 모여 개표 방송을 볼 예정”이라고 했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아침 일찍 보행전동기를 타고 4㎞ 떨어진 투표소를 찾아 투표하고 왔다”면서 “모쪼록 팔은 안쪽으로 굽는 것처럼 이번엔 이 후보가 대통령이 돼 좌우 진영으로 갈라진 나라를 하나로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같은 날 예안면 제2투표소가 마련된 월곡초 삼계분교장은 농번기에도 불구하고 마을 주민의 발걸음이 드문드문 이어졌다. 이곳은 이 후보가 졸업한 삼계초가 있던 곳이다. 5남 2녀 중 다섯째로 태어난 이 후보는 매일 5㎞를 걸어서 학교에 다녔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13살부터 공장에 뛰어든 이 후보는 소년공으로 일했고 검정고시를 거쳐 사법시험까지 합격했다. 이 때문에 이 후보가 사실상 학창 시절을 보낸 곳은 삼계초가 유일해 고향, 특히 그가 다녔던 초등학교에 대한 애틋함이 남다르다고 한다.

예안면 제2투표소에서 만난 투표소관리원은 이날 오전 11시 기준 사전 투표를 마친 150명을 제외하고 남은 350명 가운데 50% 가량이 투표를 마쳤다고 했다. 이 후보의 고향 1년 선배라는 김모(64)씨는 “바쁜 일을 제쳐두고 이 후보가 당선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점심도 건너뛰고 투표를 하러 왔다”면서 “지난 대선에는 이 후보가 낙마했지만 이번엔 무조건 대통령이 돼 나라의 안정과 부흥을 꾀하길 바란다”며 그의 당선을 기원했다. 또 다른 여성 주민은 “어제 병원에서 퇴원을 해 운전도 못 하는데 차를 얻어 타고 투표하러 왔다”면서 “이 후보가 이곳 출신인 것을 떠나 시끄러운 정국을 안정시키기 위해 난생처음 민주당에 한 표를 던졌다”고 귀띔했다.
앞선 2022년 제20대 대통령 후보 투표에서 이 후보는 예안면 제2투표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보다 단 한 표가 적은 108표로 47.79%를 득표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번 고향 선거에서는 이 후보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조금이나마 앞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12·3 비상계엄과 탄핵,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의 잡음 등으로 보수에 실망한 주민이 많다고 했다.

반면 경북은 예부터 보수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만큼 여전히 보수층을 지지하는 표심도 적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주민은 “아무리 이 후보가 이곳 출신이지만 평생 보수를 지지해 온 보수층의 마음을 바꾸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대선은 ‘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해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사람이 많은데 결과는 개표를 해봐야 알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아무래도 국민의힘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
이 후보는 선거 이틀 전인 지난 1일에도 고향인 안동을 찾아 한 표를 호소했다. 그는 안동 웅부공원에서 “전 안동에서 태어나 안동의 물과 쌀, 풀을 먹고 자랐다”며 “부모님과 조부, 증·고조부, 선대 다 여기 묻혀있고 저도 안동에 묻힐 것으로 안동은 제 출발점이고 종착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안동, 경북, 고향 분들은 왜 이렇게 저를 어여삐 여겨주시지 않나”라며 “이번에는 아니겠죠”라며 한 표를 호소했다. 그는 본인의 페이스북에도 글을 올려 “경북에서도 오지 중 오지라 불리는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 이곳이 바로 저 이재명의 뿌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 낮 2시 기준 전국 투표율은 65.5%로 집계됐다. 지난달 29∼30일 실시된 사전투표율 등을 합산한 수치다. 해당 투표율은 같은 시간 기준 2022년 20대 대선 투표율(64.8%)보다 0.7%p 높고, 2017년 19대 대선 투표율(59.9%)보다는 5.6%p 높다. 경북의 투표율은 65.2%로 집계됐다.
투표는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사전투표와 달리 주소지 관할 투표소에서만 할 수 있다. 본인의 주민등록증·여권·운전면허증·청소년증, 관공서 또는 공공기관이 발행한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모바일 신분증의 경우 저장된 이미지는 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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