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당동 봉제공장 화재로 직원 1명 숨지고 사장은 중상…“임금체불 문제로 다퉈”

서울 중구 신당동의 봉제공장에서 난 불로 6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방화로 인한 화재로 추정되는 가운데 경찰은 “봉제공장 사장과 직원 사이의 임금체불 문제가 화재의 원인일 수 있다”는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방화 원인을 조사 중이다. 화재 발생 직후 구청 직원이 소화기를 들고 현장에 뛰어들어 1명을 구조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3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20분쯤 발생한 화재로 봉제공장 직원인 60대 여성 최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봉제공장 사장인 60대 남성 윤모씨는 중상을 입었고, 5층에 있던 원룸 거주자 2명은 연기를 흡인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화재 진압 과정에서 소방관 1명도 안면 화상을 입어 치료받고 있다. 

3일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봉제공장이 위치한 건물이 불에 그을려있다. 연합뉴스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5층 규모로 봉제공장은 2층에 위치했다. 봉제공장은 전소했고, 원룸 6개가 있는 5층에선 입주자들이 급히 대피했다.

경찰은 방화로 인한 화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소방 관계자는 “‘피의자가 시너를 뿌린 후 불을 냈다’는 다수 목격자 진술이 있었다”면서 “이를 토대로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공장에 출근한 직원 등에 따르면 사장 윤씨와 직원 최씨는 임금체불 문제를 겪고 있었다고 한다. 불이 난 건물에 입주해 있는 상인 김모씨는 “2주치 일당이 밀렸다고 들었다”며 “두 사람이 싸우는 과정에서 사장님이 다른 직원들을 밖으로 내보냈다”고 말했다.

3일 화재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신당동의 한 봉제공장에서 소방 및 경찰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이같은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방화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봉제 공장 직원들을 불러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20년 넘게 봉제 공장을 운영했다는 김씨는 “봉제공장에서 얼룩을 지우기 위해 신나를 많이 쓴다”면서 “다투는 과정에서 홧김에 불을 지른 것 같다”고 했다. 인근 고물상 사장은 “오전 9시30분쯤 펑 소리가 나서 나와봤다”면서 “종업원과 다투는 과정에서 신나를 뿌려 불을 질렀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씨를 구조한 것은 중구청 소속의 한 직원으로 전해졌다. 불이 난 것을 발견한 이 직원은 소화기를 들고 봉제공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는 “안에서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렸다”면서 “화상을 입은 윤씨를 붙잡고 아래로 내려왔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윤씨에게 ‘안에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한 사람이 있다”고도 답했다고 한다.

소진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