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전략폭격기 41대 파괴”
2차 휴전 협정 앞두고 대러 압박
양보 강요하는 美에 견제 메시지
4300㎞ 떨어진 곳도 타격… “1년 반 준비했다”
우크라, 러 공군기지 5곳 초토화
개전 후 시베리아 지역 첫 공격
젤렌스키 “온전히 우리의 성과”
군사 능력 과시·여론 결속 효과
‘우크라이나판 트로이 목마.’
러시아 본토 공군 기지 5곳을 타깃으로 한 우크라이나의 1일(현지시간) 드론 공격에 대한 외신의 평가 중 하나다. 100대가 넘는 드론을 화물 트럭에 숨겨 수 천㎞나 떨어진 곳에 잠입시킨 뒤 원격조종으로 러시아군 전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힌 것은 그리스가 거대한 목마에 병사를 숨겨 트로이를 무너뜨렸다는 신화를 연상시켰다. 작전명은 ‘거미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휘 아래 1년6개월 정도의 준비를 거쳤다. 우크라이나가 군사능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최근 진행 중인 휴전 협상에 임하는 러시아의 부담을 키웠다는 평가다.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이번 작전에서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5곳을 공격했다. 우크라이나는 A-50, 투폴레프(Tu)-95, Tu-22 등 러시아 전략폭격기 41대를 파괴했고, 피해 규모는 70억달러(약 9조64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공격 대상이 된 곳은 러시아의 주요 전략 공군기지인 이르쿠츠크 벨라야 기지, 무르만스크 올레냐 공군기지 등으로 핵무장이 가능한 항공기를 보유한 곳도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드론을 대규모로 러시아 본토 깊숙이 잠입시킨 뒤 예상치 못한 곳을 타격했다는 점이다. 시베리아 동부에 위치한 이르쿠츠크 벨라야 공군기지는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4300㎞가량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가 현재까지 러시아 본토에 가한 드론 공격 중에서 최장거리 공격이며 2022년 2월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시베리아에 대한 첫 공격이다. 무르만스크 올레냐 기지 역시 북극해와 노르웨이 국경 인근에 위치해 우크라이나 최전선으로부터 1900㎞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우크라이나는 목재식 컨테이너 지붕에 총 117개의 드론을 숨겨 트럭을 통해 러시아 내부로 밀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항미사일이나 장거리 무인기 등으로는 공격하기 어려울 정도로 먼 곳이지만, 거리 문제만 극복하면 공격이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치밀한 준비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타격 대상의 정보와 좌표는 위성사진 등을 통해서 확보할 수 있다.
드론은 민수물자로 위장해서 복수의 국가와 유통망을 거치도록 설정하면 발신자를 추적하기가 어렵고, 일일이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드론 반입 후 화물 트럭을 현지에서 확보·개조하면 드론을 원격 발사할 수 있다.

NYT는 이날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공군기지 2곳을 타격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보도했다. 영상에는 무르만스크의 올레냐 기지에서 전투기 여러 대가 불타는 장면 등이 담겼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온전히 이뤄낸 결과이며 1년6개월 9일이 걸린 작전”이라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는 공격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 2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공격은 격퇴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드론 470여 대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각지를 공격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가 이번 작전을 통해 얻은 전략적 이익은 적지 않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러시아는 전략폭격기들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켜야 해 작전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전쟁 중 가장 큰 피해를 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자 모스크바에 상당한 타격을 주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의 안보 전문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도 이날 기고문에서 “일본이 과거에 진주만을 공격해 항공모함이 해군 전력의 중심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며 전쟁의 규칙을 다시 썼다면, 우크라이나도 이날 공격으로 전쟁의 규칙을 다시 썼다”고 밝혔다.
2일 오후 2시 40분(한국시간 오후 8시40분)쯤 튀르키예 이스탄불 츠라안궁전에서 열린 2차 휴전 회담을 포함해 양국 간 협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양보를 압박하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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