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상 선배 공백에 발탁됐을 땐 부담
데뷔 초 호기롭게 50세이브 외쳤지만
프로의 벽 실감하며 의기소침했죠”
2024년까지 2군 오가며 제구 날 갈아
벌써 15세이브… 올 구원왕 경쟁 가세
최근 상승세… “강팀 만나도 자신 있어”

2023시즌을 앞두고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만년꼴찌’ 한화에 입단한 김서현(21)은 “50세이브를 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끝판왕’ 삼성 오승환이 세운 한 시즌 리그 최다 기록은 47세이브인 데다 2022시즌 최하위 한화가 46승밖에 거두지 못한 점에 비춰보면 꿈 같은 얘기였다. 그래도 신인다운 패기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정작 김서현 자신의 제구 불안 탓에 데뷔 시즌에 마무리 소방수를 맡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속 160㎞가 넘는 빠른 공을 던졌지만 22경기에서 22.1이닝 동안 볼넷을 23개나 남발했다. 김서현은 지난 시즌에도 제구 불안에 1, 2군을 오갔다. 그랬던 그가 3년차를 맞은 올 시즌 리그 최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거듭났다. 김서현은 현재 29경기 28.1이닝을 던지며 1승1패 15세이브에 평균자책점 1.59로 구원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 투구 내용도 볼넷 11개에 탈삼진 32개로 확 좋아졌다.
김서현은 최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현재 성적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엔 이르다”며 “포크볼도 던져보면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개막 전 김서현의 올 시즌 목표는 ‘두 자릿수 홀드’였다. “팀에 주현상 선배처럼 뛰어난 마무리 투수가 있었기 때문에 올 시즌엔 필승조로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올 시즌을 잘 치르고 2026시즌에 더 높은 목표를 잡아보기로 했는데 생각하지도 못한 마무리 기회가 찾아왔어요.”
한화 김경문 감독은 당초 올 시즌 마무리로 지난해 26세이브를 올린 주현상을 낙점했으나 주현상이 초반 3경기서 1.1이닝 3실점하자 고민에 빠졌다. 결국 꺼내든 카드가 김서현이었다. 김서현은 “어느 날 투수들이 모인 자리에서 양상문 코치님이 저에게 마무리를 맡길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당시에는 부담감만 컸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50세이브를 호기롭게 외치던 모습은 어디갔냐는 질문에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자신감이 넘쳤는데 프로에서 벽을 느낀 뒤 조금 소심해진 것 같다”며 “프로에서는 아무리 빠르고, 잘 던진 공도 방망이에 걸려 힘들었다”고 했다. “긴박한 상황에 마운드에 오르다 보니 늘 떨리지만 나중에 경험으로 쌓일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긴장감을 최대한 즐겨보려고 합니다.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에 흥분하지 않으려고 심호흡을 크게 하면서 평소 루틴대로 한 뒤 던지고 있어요.”
김서현은 지난달 28일 열린 LG전에서 1이닝을 깔끔하게 막으며 평균자책점을 0.67까지 끌어내렸으나 31일 NC전에서 시즌 첫 블론 세이브(투수가 세이브 상황에서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한 것)를 기록했다. 투수 엄상백이 1군으로 복귀한 이 경기에서 김서현은 3-2로 앞선 8회 2사 3루에 마운드에 올라 포일(포수가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투수의 공을 놓치면서 주자를 진루시키는 것)로 1점을 헌납했다. 3-3 동점에서 한화가 9회 6점을 뽑으며 9-3으로 앞서간 덕분에 김서현이 승리투수가 됐지만 김서현은 마지막 이닝에서 3점을 내주며 힘들게 경기를 마쳤다. 김서현은 “(포수인) 최재훈 선배 리드대로 던지지 못했고, 엄상백 선배 승리도 지켜드리지 못해 모두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며 “블론 세이브 하나 없이 시즌을 마치면 좋겠지만 마무리 첫 시즌엔 욕심일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감독님 말씀대로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날 배움을 통해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지난 시즌까지 한화는 동네북 신세였지만 올 시즌은 상대가 피하고 싶은 강팀으로 변모했다. 현재 34승24패 2위로 선두 LG를 1.5경기 차로 바짝 쫓고 있다. 김서현은 “요즘 우리는 ‘연패를 하더라도 다음 경기는 항상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연승 중인 팀을 만나도 깰(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라며 “항상 응원해주신 팬들 덕분에 저희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것 같다.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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