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리박스쿨 영상에 김문수 등장”
국힘 “로저스 李지지 사칭, 국제 망신”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리박스쿨 댓글 조작 의혹’과 ‘짐 로저스 사칭’ 논란을 두고 진실 공방을 벌였다. 이들 논란이 선거 막판 표심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극우성향 단체 ‘리박스쿨’의 댓글 조작 의혹과 연관돼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찬대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2020년 리박스쿨이 유튜브에 게재한 활동 보고 영상에 김 후보가 등장하고, 리박스쿨 대표는 2018년부터 김 후보와의 친분을 과시해 왔다”며 “심지어 리박스쿨이 주관한 교육에는 유튜브 김문수TV가 협력사로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이라면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이나 박근혜 정권의 국정교과서 사태에 버금가는 국기문란 중대 범죄”라며 “벌써 리박스쿨 유튜브 영상들이 삭제되고 있다. 증거가 더 인멸돼선 안 된다. 경찰의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도 공세에 가세했다. 그는 31일 경기 평택 배다리 생태공원에서 열린 유세에서 “마지막 잔뿌리까지 다 찾아 엄정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댓글을 조작하고 가짜뉴스를 만들고 체계적으로 준비해 선거 결과를 망치려 하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리박스쿨 진상규명을 위한 당 차원 조사 기구도 출범할 계획이다.
앞서 30일 뉴스타파는 ‘이승만·박정희 지지’ 역사교육을 담당하는 우익단체 리박스쿨이 이른바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이라는 팀을 만들어 댓글 공작을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리박스쿨은 조직적으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를 응원하는 댓글을 달도록 지시했으며, 서울교대와 업무 협약을 맺고 서울 지역 10개 학교에 늘봄학교 프로그램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커지자 교육부는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를 교육정책자문위원에서 해촉했다. 아울러 늘봄학교 프로그램과 리박스쿨 간 연관성을 전수 조사하고, 늘봄학교 지원 사업에 참여하는 전 기관을 점검해 문제 사안이 확인되면 즉각 조치하기로 했다.
서울경찰청은 대선 공식선거운동 기간 동안 리박스쿨이 댓글 여론조작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한 고발을 사이버수사2대에 배당하고 고발인 조사에 착수했다.
국민의힘은 리박스쿨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며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김문수 후보는 1일 경기도 의정부 유세 전 기자들과 만나 관련 의혹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그런 일은 근거 없이 얘기하면 안 된다”고 일축했다. 이날 신동욱 선대위 대변인단장도 “아무 증거가 없지 않느냐”며 “댓글 조작의 원조는 민주당 아니냐. 이게 내란이라고 하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한 드루킹 사건은 국가 전복”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세계 3대 투자자’로 꼽히는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의 이재명 후보 지지 선언 진위를 놓고 공세를 이어갔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부산에서 개최한 중앙선대위 현장회의에서 “민주당은 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가 이 후보를 지지했다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정작 당사자 짐 로저스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지 선언을 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며 “국민을 상대로 또 한 번 쇼를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공동선대위원장도 “짐 로저스의 이재명 지지는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국민을 상대로 한 거짓말일 뿐만 아니라 국제 망신 중 망신”이라고 꼬집었다. 장동혁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국제사기 대선 후보, 보이스피싱 대선 후보”라고 직격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거대책본부 국제협력단 공동단장인 이재강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진향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상임의장은 로저스 회장의 이 후보 지지 선언문을 대독했다. 그러나 로저스 회장이 해당 선언문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한 보도가 나오면서 파장이 일었다.
민주당 조승래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로저스 회장과 지지 선언 주최 측이) 소통을 계속한 것이며, 그 과정에서 문장을 가다듬는 과정이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논란들이 선거 판도를 단번에 뒤집을 사안은 아니지만, 막판 부동층의 표심을 흔들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 연구소장은 YTN에서 “리박스쿨이 민주당의 선거 국면을 바꿀 만한 요소는 아니나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윤석열 전 정권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부분들은 그냥 허투루 넘어갈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짐 로저스라는 사람은 일종의 투자나 세계 경제 흐름을 주도한다는 상징이 있는데 그런 사람의 지지 선언이 가짜였다고 밝혀지면 국제적 망신”이라며 “민주당이 집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막판 본투표를 앞두고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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