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과 비교해 한국인의 지갑이 굳게 닫혔다는 분석이 나왔다. 40대부터 70대까지는 소득이 늘었음에도 소비를 줄이고 있다. 30대 이하 젊은 세대는 소득 자체가 줄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14년과 2024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바탕으로 연령대별 소득과 소비지출 및 소비성향을 분석한 결과를 담은 ‘세대별 소비성향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를 1일 발간했다.

분석 결과 10년 전과 비교해 30대 이하를 제외한 모든 연령에서 소득이 늘었다. 이에 비례해 소비 지출은 증가하지 않았다. 버는 돈에 비해 쓰는 돈이 줄어든 것이다.
가계 가처분소득 중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인 평균소비성향은 2014년 73.6%에서 2024년 70.3%로 3.3%포인트 하락했다.
연령대별로는 60대의 평균소비성향이 69.3%에서 62.4%로 내려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과 노후 불안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30대 이하(73.7%→71.6%), 40대(76.5%→76.2%), 50대(70.3%→68.3%), 70대(79.3%→76.3%) 등 전 연령대에 걸쳐 10년 전보다 평균소비성향이 하락했다.
20대와 30대는 월평균 가처분소득(348만2000원→346만8000원)과 소비 금액(248만3000원→256만7000원)도 줄어들었다.

신동한 산업연구원 박사는 “주택 구입 이자, 각종 세금 같은 비소비지출을 모두 제외한 가처분소득 중 소비지출로 사용되는 비중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비 구조도 달라졌다. 10년간 지출 비중이 증가한 항목은 보건(7.2%→9.8%), 오락·문화(5.4%→7.8%), 음식(외식)·숙박(13.7%→14.4%), 주거·수도(11.5%·12.2%) 등이었다.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와 함께 여가·취미 지출 확대, 외식·여행 등 가치 소비의 보편화가 그 배경이라고 상의는 분석했다.
반면 식료품·음료(15.9%→13.6%), 의류·신발(6.4%→4.8%) 등 전통적인 생필품과 교육(8.8%→7.9%) 등의 소비 비중은 감소했다.

1인 가구 증가와 가정 간편식의 보편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효율적인 구매, 학생 수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소비 부진은 단순한 불황 때문이 아닌, 한국 사회 전체의 인구·소득·심리 등의 변화로 나타나는 현상인 만큼 단기 부양책으로 한계가 있다”며 “세대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활력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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