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관세 제동 아랑곳않고 강공
韓업계 치명타… 호주·EU 등 반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 중인 25%의 관세를 50%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미 법원이 상호관세에 제동을 건 상황에서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올려 관세정책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외곽 US스틸 공장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이같이 밝힌 뒤 “미국 철강 산업을 더욱 탄탄하게(secure)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12일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외국산 철강 제품에 부과했던 25%의 관세를 두 배 인상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때는 철강만 언급했지만, 연설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하게 돼 큰 영광”이라며 “6월 4일 수요일부터 시행된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관세 인상 배경과 관련해 “허점(loophole)이 있었다”며 “이 조치(50% 인상)를 회피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그간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막았던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사실상 승인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이 투자 결정을 내린 이 그룹은 매우 기뻐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로 인해 누구도 여러분의 산업을 훔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며 “25%에서는 그 장벽을 넘을 수 있지만, 50%에서는 더 이상 넘을 수 없다”고 말했다. 25% 철강 관세로 이미 타격을 받은 한국의 철강업계는 더욱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호주와 유럽연합(EU) 등 미국에 철강과 알루미늄을 수출하는 국가들 일부는 즉각 반발했다.
미 연방 통상법원이 지난주 국가 비상상황을 이유로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지만 미국은 다른 국가들과 일단 협상을 진행 중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이날 워싱턴에서 4차 장관급 관세협상을 진행했다. 일본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협상을 마친 뒤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인식했고 합의를 향한 논의가 진전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15∼16일쯤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양자 회담을 하기로 해 이때까지 관세 협상이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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