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전에서 사람 대신 무인 장비가 전장을 주도할 날이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 다양한 무기체계에 무인 기술이 접목되면서 예전보다 훨씬 큰 시너지를 내는 모양새다.
지난달 28∼3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마덱스·MADEX)에선 이같은 추세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전투기 대신 무인기(드론)를 군함에서 띄우는 ‘드론 항모’는 국내에서 실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함재기를 구매하는데 수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소요되는 항공모함보다 훨씬 경제적이면서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연안에서 적 함정을 감시 또는 공격하는 정찰·전투·자폭 무인수상정 등의 개발도 국내 연구기관과 방위산업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반도 바다에서 ‘로봇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드론이 갑판에서 이착륙한다
국내 조선업계를 대표하는 양대 회사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무인기 다수를 탑재하는 대형함을 마덱스에서 제시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시작된 3만t급 경항공모함 사업이 윤석열 정부 들어 가성비 문제로 중단되면서 무인기와 헬기 등을 조합한 드론 항모 개념이 주목을 받았다.
이란이 드론 항모를 만들었고, 유럽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구체화하면서 한국도 지난해 11월 독도함에서 무인기를 띄우는 실험을 실시했다.
HD현대중공업은 미래형 무인전력모함인 HCX-23 플러스를 선보였다.
배수량 1만5000∼3만2000t 크기의 무인전력모함은 고정익 무인기 10대 미만을 탑재한다. 함 후미와 현측에서 무인수상정(USV)을 진수할 수 있다.
무인전력모함은 복층 구조로 된 비행갑판 2개를 지녔다. 1층에는 전기를 이용하는 전자식 사출기를 장착, 고정익 무인기를 띄운다. 2층은 강제 착함장치(어레스팅 후크)를 설치, 무인기를 착함시킨다.

무인기가 착함에 실패해서 재이륙을 할 것에 대비, 2층 비행갑판 앞쪽에는 스키 점프대를 설치했다.
센서는 함정 내부에 차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기능레이더(MFR)는 함교 주변에 3개, 함미에 1개를 설치해 4면을 감시한다. 전자전장비 등도 함정 내부에 설치해 스텔스 성능을 높인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부터 해군에서 다목적 무인전력모함 개념설계를 수주, 12월까지 진행한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해군에서도 무인전력모함에 대해 요구사항이 어느 정도는 있었다”고 전했다.
한화오션은 경항모와 비슷한 외형의 유·무인체계 지휘통제함을 제안했다. 배수량이 4만2000t에 달하는 유·무인체계 지휘통제함은 독도급 대형수송함에 무인체계를 결합한 개념이다. 비행갑판은 주갑판 옆에 경사갑판을 설치했다.
해병대 상륙기동·공격헬기와 중고도 고정익 무인정찰기, 드론, 무인수상정과 잠수정, 고속상륙정. 상륙장갑차, 전차, 트럭을 탑재한다.
중고도 무인기는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함께 개발하는 단거리 이착륙형 그레이 이글을 탑재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이 만드는 저피탐 무인기와 스텔스 무인기(가오리)도 사용한다. 스텔스 무인기 1대가 저피탐 무인기 3대를 지휘해서 1개 편대를 구성하는데, 지휘통제함에는 2개 편대를 탑재한다. 헬기는 갑판에 6대, 격납고에 6대를 싣는다.
이착함은 한국형 전자기 사출장치 2기와 착함장치를 사용한다. 핵심기술은 국방진흥기술연구소에서 조만간 개발 공고가 이뤄질 예정이며, 관련 절차가 시작되면 5년 간 개발을 진행할 방침이다.

레이더는 함교 구조물 4면에 다기능레이더(MFR)를 탑재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전투체계를 적용해 지휘통제능력을 높인다. 사출기와 레이더를 비롯한 전자장비의 전력 수요를 충족하고자 통합전기추진체계를 적용할 예정이다.
함 후미에는 바닷물을 배 안의 플로팅 도크에 채운 뒤, 함정 내부에서 상륙정을 띄워 발진시키는 웰독(Well Dock)이 있다. 웰독은 상륙정, 상륙장갑차, 무인수상정과 잠수정 진수가 가능하다. 현측에선 트럭 상·하차를 할 수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해군과 건조 가능성을 논의하는 단계로서 대한항공 등과도 협업 중”이라며 “빠르면 2030년대 초반쯤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한다. 사업화 단계에선 지금보다 많이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업계, 무인수상정 주도권 경쟁
연안에서 정찰·공격·자폭 임무를 수행할 무인수상정 개발을 놓고도 국내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인수상정의 효과가 입증됐고, 해군이 무인전력 강화를 선언한 상황에서 관련 수요가 국내외에서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은 HDU-S150 전투용 무인수상정을 소개했다.
150t급 선박으로 130㎜ 유도로켓과 전방위 동시 탐지용 4면 고정형 레이더를 탑재한다. AI를 적용한 무인 임무제어체계를 통해 자율운항 및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지난 4월부터 전투용 무인수상정 개념설계를 수행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다양한 종류의 무인수상정을 선보였다. 예전부터 해검 계열 무인수상정을 지속적으로 개발했던 LIG넥스원은 마덱스에서 해검-X 무인수상정을 공개했다.
해검-X는 피탐 범위를 최소화한 스텔스형 디자인을 갖췄다. 길이 30m, 배수량 120t으로 최고속도는 40노트(시속 78㎞)에 달한다. 20㎜ 원격사격통제체계(RCWS)와 2.75인치 유도로켓, 청상어 경어뢰, 군집·자폭 드론을 장착한다.
유도로켓은 헬기 등을 요격한다. 경어뢰는 함 측면에 3개씩 내장하며, 드론은 후방의 적재공간에 설치된 캐니스터(발사관)에서 발사된다. 임무에 따라 다양한 장비를 탈·부착할 수 있다.
마스트엔 다기능레이더(MFR) 4개가 4면에 장착됐다. MFR 위에는 전자전 체계-360도 카메라-항해용 레이더가 순차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해군 최초로 전력화될 정찰용 무인수상정도 공개됐다. 지난해 개발에 착수, 2027년에 전력화 예정이다. 길이는 13.5m, 무게는 12t으로 속도는 35노트(시속 65㎞)에 이른다. 센서는 해검-X와 같고, 후방 적재공간에 다양한 장비를 탈·부착할 수 있다.

3D프린팅으로 제작한 자폭용 무인수상정도 전시됐다. 24시간 내 제작이 가능하며, 탄약 300㎏을 탑재한 채 적함에 근접해서 폭발하거나 직접 충돌한다. 2.75인치 로켓을 설치해 헬기 등의 위협을 격퇴한다. 길이 6m, 무게 2t, 속도는 45노트(시속 83㎞) 이상이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기술혁신을 위해 많은 도전을 하고 있고 선체 제작을 3D 프린팅으로 시도한 것도 그 중 하나”라며 “비용 절감과 대량 생산, 신속한 제작이 가능한 3D 프린팅으로 해군 무인화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도 무인수상정들을 공개했다. 한화시스템이 선보인 전투용 무인수상정은 해군과의 협의를 통해 설계가 이뤄졌다.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은 지난해 해군 주관 전투용 무인수상정 1차 개념설계 과제를 수행한 바 있다.
전투용 무인수상정은 해군의 신형 참수리 고속정(PKMR)을 대체할 수 있는 함정으로 속도는 30∼35노트(시속 56∼65㎞)다. PKMR 전투체계를 무인화·AI화했다.
해당 함정은 배치-Ⅰ·Ⅱ로 구분된다. 배치-Ⅰ은 PKMR처럼 130㎜ 유도로켓 6연장 발사기 2기를 탑재한다. 배치-Ⅱ는 2.75인치 우도로켓과 무인기를 사용한다. 20㎜ 원격사격통제체계(RCWS)는 공통으로 탑재된다.

함정 후방의 적재 공간은 해검-X보다 넓다. 후방 적재공간에 놓일 발사대는 다양한 무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할 방침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해군은 넓은 후방공간을 선호한다. 그래야 다양한 장비 탑재가 가능하다”며 “전투용 무인수상정의 핵심 기술은 흔들리는 수면 위에서 발사대를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인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어 협력이 쉽다”고 설명했다.
자폭형 무인수상정은 길이 6m에 40노트(시속 74㎞) 이상의 속도를 낸다. 100∼1000㎏의 폭약을 싣는다. 일반적으로 어뢰나 미사일은 1발당 10억∼100억원 정도인데, 자폭형 무인수상정의 단가는 어뢰·미사일의 10% 수준이다.
업계에 따르면, 자폭형 무인수상정 사업은 해군이 신속소요로 제기했다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사전개념연구로 신속획득이 가능한지를 검토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국방기술진흥연구소,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풍산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수는 크기다. 크기가 작으면 파도를 헤치면서 항해하기가 어렵고, 전복 위험이 높다. 선체를 대형화하고 장비를 추가 탑재하면 비용 상승 문제가 있다. 단기간 내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생산해서 실전투입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진다.
우크라이나의 자폭형 무인수상정이 1척당 3억원 수준이지만, 흑해보다 환경이 열악한 동해 등에서 사용하려면 성능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용과 기술 사이에서 고심이 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천무 다연장로켓을 개량, 해병대가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무인상륙형다연장 체계를 공개했다.
현재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서 응용연구단계에 있으나, 해병대는 아직 소요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론 천무와 동일한 유도탄을 2개의 발사대(포드)로 쏜다. 무인시스템으로 운용한다.

천무는 올해 안에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성능개량사업 사전개념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2개의 포드에 서로 다른 종류의 유도탄을 탑재하는 기술 적용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첫 번째 발사대에선 230㎜ 유도로켓을, 다른 발사대에선 400㎜ 유도로켓을 쏘는 것이 가능해진다.
항속거리 증대, 발사대 작동을 유압식에서 전기식으로 바꾸는 등의 작업도 이뤄질 예정이다. 무인상륙형다연장도 천무 성능개량사업에 쓰이는 기술이 적용된다.
천무 발사대를 군함에 설치, 로켓탄을 해안이나 적 함정에 발사해 상륙작전을 지원하는 함상형 고성능다연장발사대도 소개됐다.
이밖에도 미국의 무인기 업체 실드AI는 함정에서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V-BAT 무인기를 소개했다. 실드AI 측은 “해군은 긍정적이지만 획득절차 등이 변수라 무인기를 빌려주는 개념도 제안하고 있다”며 “해경도 배타적경제수역(EEZ) 문제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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