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사용 시간이 크게 늘면서 손목이나 손가락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반복적인 주먹을 움켜쥐는 행동은 손목과 손가락에 무리를 줄 수 있는데, ‘방아쇠 손가락’이 대표적이다.

손가락을 굽히는 힘줄이 움직일 때는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손가락 힘줄을 싸고 있는 7개의 활차(pulley) 라고 불리는 구조물들이 존재하는데 이 구조물이 좁아지거나, 힘줄이 두꺼워지면, 힘줄이 활차 아래를 통과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이렇게 되면 손가락을 굽혔다 펴는 동작을 하면 힘줄이 활차에 걸려 있다가 한 번에 통과하면서, ‘딱’하는 소리가 나면서 움직여진다. 마치 방아쇠를 당길 때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방아쇠 손가락(수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런 방아쇠 손가락 환자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방아쇠 손가락(M653)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4년 17만7931명에서 2023년 26만9178명으로 10년간 50%가 넘게 늘었다. 특히 50대 여성에 가장 많았는데, 2023년 기준 50대 여성 환자가 6만3879명에 이르렀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정형외과 구기혁 교수는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방아쇠 손가락 뿐만 아니라 손목터널증후군, 드퀘르베인병 등의 손과 손목에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은 50대 여성에서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방아쇠 손가락이 발생하는 원인은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통은 직업과 취미생활에서 반복적으로 주먹을 움켜쥐는 것이 원인이 된다. 운전대를 오래 잡거나, 골프나 테니스처럼 기구를 쥐고 하는 운동이나, 손이나 손가락에 힘을 주는 가사노동을 빈번하게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당뇨병 환자에서는 발생률이 특히 더 높은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손가락을 못 펴다가 ‘탁’하고 펴지는 느낌이 있거나,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 할 때 ‘딸깍’하고 걸리는 느낌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증상이 심할 때는 딸깍거림이 사라지면서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A1 활차 부위를 눌러 보았을 때 압통이 있고, 아침에 증상이 더 심하다면, 딸깍거림이 없더라도 방아쇠 손가락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경증의 경우 손가락 사용을 줄이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후에도 불편감이 심하면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하게 된다. 이는 손바닥에서 손가락이 시작하는 부위에 있는 A1 활차에서 발생하므로, 손바닥에 주사하게 되며, 주사 이후 1주일 후부터는 대부분 증상이 좋아진다. 재발 시 한 번 더 주사 치료를 해볼 수 있다. 2회 정도의 스테로이드 주사는 안전하나, 여러 번 스테로이드 주사를 반복해서 맞을 경우, 심한 합병증인 힘줄 파열이 보고된 바 있어, 2회를 초과하는 스테로이드 주사는 신중하여야 한다.
2회 이상의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에도 재발하거나, 주사 치료에도 효과가 없는 경우, 또는 이미 관절의 굴곡 구축까지 진행된 경우엔 손바닥의 A1 활차를 절개해 힘줄이 지나가는 통로를 열어주는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최종적으로 25% 정도의 환자들만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게 된다. 국소 마취로 약 1.5cm 정도만 절개하는 수술로 시간도 5~10분 정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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