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소 회송용 봉투에서 이미 기표된 용지 발견
투표용지 투표소 밖 반출...선관위 “관리 부실 사과”
‘부정선거’ 논란을 의식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6·3 조기대선’에서 철저한 관리를 약속했지만, 투표용지가 투표소 밖에서 발견되고 선거사무원이 대리투표를 시도하는 등 사전투표 관리 부실이 발생하며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유권자들은 “대선 무효”를 외치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공직선거법상 사위(詐僞)투표 혐의로 60대 선거사무원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A씨는 전날 오후 1시쯤 서울 강남구 대치2동 사전투표소에서 남편의 신분증을 이용해 대리투표를 한 뒤, 오후 5시쯤 자신의 신분증으로 다시 투표를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투표를 두 번 한 유권자가 있다”는 내용의 112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해 경위를 파악한 뒤 A씨를 긴급체포했다.
중복 투표 자체도 중대한 문제지만, 이를 시도한 인물이 위촉된 선거사무원으로 밝혀지면서 선관위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
A씨는 강남구 보건소 소속 계약직 공무원으로, 유권자 신원 확인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청은 A씨를 즉각 직위해제했고, 선관위도 A씨를 사무원직에서 해촉하고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경기 용인에서는 사전투표소 회송용 봉투에서 이미 기표가 된 투표용지가 발견됐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10분쯤 용인시 수지구 성복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선거 참관인이 “회송용 봉투 안에 이재명 후보에게 기표된 투표용지가 반으로 접힌 채 들어 있었다”는 112 신고를 했다.

해당 신고는 관외사전투표를 하던 20대 여성 유권자 A씨가 자신의 봉투 안에서 기표지를 발견하고 선거 참관인에게 이를 알리면서 이뤄졌다.
경기선관위는 “자작극으로 의심돼 경찰에 수사의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투표지는 사무원들과의 협의를 거쳐 무효표로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에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투표소 밖으로 반출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유튜브 채널에서 사전투표소를 생중계하던 중, 시민들이 투표소 밖에서 투표용지와 회송용 봉투를 들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설명자료를 통해 “오전 11시부터 낮 12시 사이, 신촌동 사전투표소에서 관외 유권자들이 본인 확인 후 투표용지를 받은 뒤, 기표 대기 줄이 투표소 외부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일부 유권자는 투표용지를 받은 상태로 인근 식당에서 식사 후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는 해당 투표소의 기표대를 6개에서 13개로 증설하고 외부 대기를 중단하는 조처를 했다. 이 사전투표소의 관리관은 서대문구청 소속 직원으로, 현장에는 선관위 직원을 배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투표용지 반출 사실이 알려진 뒤 “사전투표 과정에서 관리 부실이 있었다”며 “저희의 잘못으로 유권자 여러분께 혼선을 드리게 된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 사무 인력의 잘못 또한 모두 선관위의 책임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사과에도 논란과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박성훈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전날 논평을 통해 “사전투표 첫날부터 드러난 부실한 선거 관리”라며 “선관위는 신뢰 회복에 대한 의지가 있기는 한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나경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반복되는 관리 부실에 국민들만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적었고, 배현진 의원도 “‘소쿠리 투표’도 모자라 이번엔 ‘밥그릇 투표’인가”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전날의 잘못을 철저히 되짚어보고, 오늘부터는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선관위에 당부했다.
논란에도 사전투표 열기는 뜨겁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사전투표율은 27.17%로, 동시간대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호남권은 40%를 넘어섰다. 반면 대구는 19.38%로 낮았다.
전국적으로 투표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의 사전 투표율이 낮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전투표를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를 통해 부정선거 논란을 불식시키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이틀간의 사전투표 과정에서 잇따라 허점을 드러내며 되레 논란을 키우게 됐다.
일부 유권자들은 사전투표소 앞에서 ‘중국인 색출’을 요구하며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표지가 외부로 유출된 신촌동 투표소 앞에서는 유튜버 여러 명이 현장을 촬영하며 “6·3 대선 무효”, “부정선거 사형” 등의 구호를 외치다 투표소 측으로부터 제지를 받았고, 경찰이 출동한 뒤에야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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