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 첫 사전투표가 시작한 29일 서울 서대문구 구 신촌동 주민센터에 관심이 집중됐다. 대학가에 위치한 이곳은 1985년에 준공돼 노후한 주민센터 건물로 2028년 새 부지로 이전을 앞두고 있지만 이번에 사전투표소로 지정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이번 대선 투표 장소로 이곳을 택했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찬성집회에 참석했던 4명의 학생들과 함께 이곳을 찾아 젊은 층의 투표를 독려했다. 대학가 투표를 통해 젊은 층의 표심을 공략한 것이다.

이 후보가 주민센터에 들어서자 한 청년이 “이재명 파이팅”, “카리나 파이팅”을 외쳤다. 이 청년은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보수단체 자유대학 부대표 박모(24)씨로 사전투표 현장에서 유튜브 방송을 하며 사전투표자 수를 세고 있던 중이었다. 박씨는 전 방송사 사장, 문재인정부 비서관의 아들로 알려진 인물이다.
박씨는 이 후보를 향해 “윤 어게인” 등을 외쳤고 결국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 조사 후 훈방된 박씨는 주민센터로 돌아와 유튜브 생중계를 이어갔다. 오전 11시쯤이 되자 그의 방송에는 투표용지와 회송용 봉투를 든 사람들이 주민센터 밖에서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투표지를 든 사람들이 외부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일부 선거인은 대기 줄이 길다는 이유로 투표용지를 들고 식사를 하고 왔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전 11시부터 낮 12시까지 관외투표자(서대문구 외 투표자) 30~40명이 주민센터 밖으로 줄을 선 것으로 파악됐다. 구 신촌동 주민센터에는 당시 기표대 6개와 신분확인을 할 수 있는 관외 사전 투표장비 7대가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 후보의 방문과 박씨의 경찰 연행 등에 따라 해당 투표소가 관심을 받자 선거인이 몰려 대기 줄이 길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투표장 밖으로 투표용지가 반출됐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선관위는 외부 대기를 중단하고 본인확인과 투표용지 발급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이어 오후 1시15분쯤 전국 지역 선관위에도 이 같은 주의사항을 전파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주민센터에는 지자체 공무원 외 선관위 직원은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소 건물도 이전 작업으로 사용되지 않아 폐쇄회로(CC)TV도 없었다.
선관위는 이날 투표 마감 결과 관외 사전투표자 투표용지 발급 매수와 사전투표함 내 회수용 봉투 개수가 일치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부정선거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치러진 대선인 만큼 선관위의 관리부실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박성훈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사전투표 첫날부터 드러난 부실한 선거 관리”라며 “선관위는 신뢰회복 의지가 있기나 한 건가”라고 지적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중앙선관위 과천청사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김용민 선관위 사무총장은 “사전투표 과정에서 관리부실이 있었다”며 “저희의 잘못으로 유권자 여러분께 혼선을 빚게 했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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