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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前 외교 “美·中 대만 충돌시 한국은 자동개입…지금은 미국이 중국에 밀리는 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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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29 19:12:35 수정 : 2025-05-29 19: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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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은 이미 전략적 유연성 개념이 적용돼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로 충돌하면 한국 내 미군은 자동개입합니다. 중요한 건 그런 일이 생겼을 때 한국군 지휘권 통제를 미국이 한다는 것이지요. 여기에 우리는 대비가 안 되어 있습니다.”

 

◆“주한미군의 유사시 대만 투입은 기정 사실…작전지휘권 부재가 더 문제”

 

29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0회 제주포럼에서 전직 외교부 장관들의 특별세션에 참여한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34대)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한반도 밖에서 필요가 생기면 한국 내 미군을 신속해 빼서 배치할 수 있는 것이 전략적 유연성의 개념이다. 미국은 세계에 주둔한 모든 미군을 이렇게 운용하고 있기에 주한미군만 ‘한반도 붙박이’로 둘 수는 없다고 송 전 장관은 말했다.

 

국내에서는 ‘대만 사태에 주한미군이 끌어들여질 것인지’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이는 이미 정해진 문제라 어찌될지 따질 사항은 아니란 지적이다.

 

송 전 장관은 “미군이 한국에 대한 군사작전지휘권을 통제하는 현 상황에서 미군은 없는데 껍데기만 갖고 한국군을 지휘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자기나라 군대를 외국군이 지휘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며, 미군이 손 놓으면 한국이 스스로 군사 작전을 지휘할 수 없는 무력 상태에 빠진다는 위기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대결, 미국이 중국에 밀리고 있다?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미국과 중국에 대한 통찰에서는 “체력과 역량이 떨어지면서 파울 플레이에 기댈 지경이 된” 미국과 “비호감을 쌓은 미국 대비 상대적으로 파고들 여지가 생긴” 중국이 대비됐다. 한국으로서는 “가치체계나 숨쉬는 공기가 비슷한 미국이 잘 버텨줘야 바람직한데 미국이 모양상 밀리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송 전 장관은 평가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법과 규범 등 질서를 무너뜨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파울 플레이’는 세계를 이끌어 온 미국의 능력이 어느덧 힘에 부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함께 세션에 참석한 김성환 전 외교부 장관(36대)은 “1등 국가가 쓰는 국방비를 부채에 따른 지급 이자액이 넘어서는 순간 하락세로 들어간다고 보는데, 지난해부터 미국이 딱 그런 상황”이라며 “올해 통계에서 미국의 부채는 36조로 국내총생산(GDP)의 125%에 달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국가 지도자가 장기 집권하는 구조상 긴 시간 지속 가능한 정책의 덕을 보는 가운데, 미국이 먼저 규칙 파괴 행위를 시작하면서 상대적인 이득을 보는 형국이다. 중국 역시 정점을 찍은 시점은 지났다는 회의론 속에서 타격을 덜 입은 이유로 풀이된다.

 

송 전 장관은 “소프트웨어 파워로 미국이 강력하게 나가줘야 한국 입장에서도 좋은데, 미국이 국제 인재들을 오히려 차단하는 지금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미·중 대결은 누가 더 강해지느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 약해지느냐의 게임이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미국이 밀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송 전 장관은 말했다.

 

윤병세 전 장관(37대)도 “미국이 세계적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한 이유 중 하나는 전 세계 인재를 끌어들여 브레인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라며 “유학 후 귀국해 친미, 미국의 우군이 될 장래 지도자들을 반대 입장으로 몰아넣는 상황이 될 수 있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윤 전 장관은 “미국이 관세와 같은 너무 편협한 이익에 집중해 커다란 의미의 이해를 따지지 못하고 있다”며 “포용력을 보여야 계속 중국을 압도하며 지위 유지가 가능한데, 소프트 파워까지 차단하면 단기적으로 재정에 도움이 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을 더 외롭게 고립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동맹, ‘의존형→자립형’ 변화해야…남북관계 개선은 누가 돼도 난망

 

전직 외교 장관들은 일주일 뒤면 들어설 한국의 신 정부에 외교안보 정책 전망 및 제언도 했다.

 

송 전 장관은 “한·미 동맹을 잘 지키는 가운데에서 지금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동맹 체제를 좀 더 자립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선 미국과 격리된다는 공포심이 있어 이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 과제이나, 의존형 동맹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평가다.

 

김 전 장관은 “한반도 시각으로만 보면 남북관계 진전이 쉽지 않다”며 “미국, 러시아 등을 움직여 큰 틀에서 세계적인 핵 군축 조정을 통해 북한이 응하도록 하는 접근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 전 장관은 “진보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대북 정책에서 남북관계를 돌파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접근이 될 것”이라며 “북한은 다급한 상황이 아니고, 미국도 북한에 정치적 투자를 해서 얻을 게 많지 않음을 감안하면 그렇다”고 분석했다.

 

윤 전 장관은 “임기 초반에 보통 위기가 집중되고, 이것이 5년간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며 “신정부가 인수위 없이 출범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거칠 여유도 없다는 점에서 초반 위기 관리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주한미군사령관의 발언(주한미군의 이동 가능성 언급) 등은 향후 행동에 대한 암시인 만큼 전략적인 준비가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제주=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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