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이 지났지면 아직 집에 못 들어가고 있어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발생 12일째인 29일 공장 인근 아파트에 사는 주민 A씨는 가족 4명이 친척집에 뿔뿔이 흩어져 지내고 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집에 들어와 보니 손바닥으로 바닥을 닦으면 시커먼 분진이 묻어난다”며 “청소를 해도 소용없는데 어떻게 집에 들어가 잠을 자겠냐”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집 안에 둔 식기와 가재도구 등에 분진이 쌓여 있어서 음식 조리를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세탁기를 돌리면 옷에 묻은 분진 등 불순물이 제거되지 않고 그대로 있다”며 “공기 청정기 대신 언제쯤 창문을 열고 환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B씨도 일상생활이 불편이 지속되면 A씨처럼 당분간이라도 집을 떠날 생각이다.
인근 주민들은 일상생활의 가이드 라인을 그 누구도 제시하지 않아 답답함을 토로했다. 주민 C씨는 “건강에 해로울까봐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며 “하지만 언제까지 마스크를 써야하는지 아무런 공지가 없다”고 했다.

화재가 난 지 열흘이 지났지만 냄새가 가지시 않아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상당수에 달한다. 공장 인근 10개 아파트 주민들은 눈과 목이 따갑다는 건강 이상을 호소했다.
이날까지 광주공장 화재와 관련해 광주 광산구에 접수된 피해 신고 누적 건수는 1만 7965건이다. 신고자는 1만 1436명으로 광산구 주민은 1만 951명, 관외 주민은 485명이다. 두통이나 어지럼증, 눈·목 따가움 등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인적 피해가 1만 832건(60%)으로 가장 많았다. 거주지 창문·내부 오염, 차량 분진 등 물적 피해는 5410건(30%)으로 집계됐다. 화재와 연기 등으로 인한 영업보상 피해도 1723건(9%)으로 나타났다.
이날까지 광산구청 1층 송정보건지소에서 이뤄진 피해 신고 내역은 광산구가 금호타이어 측에 전달할 계획이다. 29일부터는 금호타이어가 주관해 공장 복지동 1층에서 피해 신고를 접수 받는다.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점심시간과 주말·공휴일은 제외한다. 접수처는 6월 13일까지 운영된다.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은 “아직 금호타이어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피해 보상 가이드라인을 받지 못했다”면서 “진찰을 받은 경우 객관적 증명을 위해 소견서를 발급받고, 세탁비 등 물적 피해에 대해서도 영수증 등 증빙 서류를 챙겨 기록을 남겨야 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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