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차 시설 생활지도원 심종환씨
쉼없이 중증 식사·복약·취침 등 관리
거구 장애인 돌보다 어깨 파열되기도
임지혜씨도 돌발 행동에 수차례 피해
“대응하다 인권침해 오해살까 걱정돼”
전국 평균, 지도원 1명당 6명 돌봄
정부 기준은 2명당 4.7명… “비현실”
1호봉 월급 208만원, 처우 형편없어
기피직종 전락… 1년도 안돼 줄이탈
경기시설 “2025만 채용공고 7번 심각”
“그저 고갈되는 느낌입니다.”
경기도 화성의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근무하는 생활지도원 심종환(37)씨는 매일 ‘돌봄의 늪’에 빠진다. 그가 살피는 장애인은 적게 5∼6명, 많을 때는 10여명이다. 이 시설에는 80명의 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의 식사, 복약, 목욕, 취침 등 일상생활 전반을 돌보는 생활지도원은 34명이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한순간도 관심을 놓을 수 없다. 교대근무로 인해 야간과 주말에는 8명의 생활지도원이 거주인 80명의 중증장애인을 돌봐야 한다.

13년 차인 심씨는 2019년 어깨 수술을 받아 3개월을 쉬었다. 거동이 어려운 장애인을 씻기기 위해 옮기고, 흥분한 발달장애인을 제지하다가 어깨 회전근개가 파열됐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거주인의 몸무게가 100㎏이 넘는 경우가 많다. 생활을 돕고 돌발행동을 막다 보니 어깨가 점점 손상돼 파열까지 이르렀다. 주변에 어깨나 허리가 아프지 않은 직원들이 없다”고 토로했다.
장애인 거주시설 생활지도원들이 격무 속에 지쳐가고 있다. 열악한 인력 구조 속에 돌봐야 하는 거주인이 많아 몸도 마음도 다친다. 부족한 처우 탓에 보람도 느끼지 못해 많은 생활지도원이 현장에서 이탈하는 ‘탈출 러시’가 벌어지고 있다.
◆지치고 멍들고… 소진되는 생활지도원

생활지도원은 시설 내 중증장애인들의 하루 시작부터 취침까지 모든 걸 책임진다. 시설에 있는 장애인 대다수는 스스로 먹고 씻는 게 버거울 정도로 장애 정도가 심하다. 개개인의 성향과 특성도 전부 달라 이에 맞춘 돌봄이 이뤄져야 한다.
심씨는 “식사 시간에 70%는 직접 돕는다. 건강 상태에 따라 일반식부터 연하식(삼키기 편한), 저단백식 등을 한 명씩 제공한다”며 “돌보는 거주인이 많아 식사 때마다 5∼6명을 지원한다. 목에 걸리는 사고가 발생할 위험성도 높아 매순간 긴장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용 화장실에서 샤워할 때도 동시에 6∼7명이 한다”며 “생활지도원이 적어 한 명을 씻기면 다른 거주인들은 방치되는 상황에 놓인다”고 했다.
일부 발달장애인의 공격적 행동 특성으로 생활지도원의 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생긴다. 생활지도원 임지혜(37)씨는 “손에 생채기가 많다. 거주인들이 긁어서 난 것들”이라면서 “갑자기 손이 훅 다가와 머리채를 잡거나 발로 차이기도 한다. 거주인이 도전적 행동을 했을 때 익숙해지기보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는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거주인이 돌발행동을 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난처한 것도 문제다. 대응 방식을 배운 적도 없고 자칫 인권 침해로 오해받기 쉽다. 한 생활지도원은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거주인에게 몸이 깔렸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취업하면서 대처법을 알려주는 이는 없었다”면서 “제지를 하면 인권 침해가 될 수 있고 그냥 두면 방임이 된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고충 속에 소진되고 있다”고 했다.

28일 본지가 입수한 보건복지부의 ‘2024년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시설 종사자들도 도전 행동 지원을 위해 필요한 자원으로 ‘도전 행동 지원에 관한 직원교육’을 27%로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도전 행동 관련 원칙과 개입 방향을 제시하는 법과 지침 마련’ 19.3%, ‘도전 행동 지원을 위한 숙련된 전문가 양성’이 12.7%로 뒤를 이었다.
◆4.7대 2 인력 배치기준… “턱없이 부족”
생활지도원들이 고달픈 나날을 보내는 건 부족한 인력 배치기준 탓이다. 정부 규정에 따라 장애인 거주시설은 입소자 4.7명당 2명의 생활지도원을 배치하면 된다. 이를 두고 시설 측과 생활지도원들은 “20년 넘은 해묵은 기준”이라면서 피해를 보는 건 종사자뿐만 아니라 결국 거주 장애인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장애인 거주시설 1524개소에서 지내는 거주 장애인은 2만6987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생활지도원은 1만3677명이다. 이들을 3교대로 나눌 경우 평균적으로 1명당 6명을 돌보는 셈이다. 주말 근무 및 휴가와 휴직 등을 고려하면 더 많은 거주인을 살펴야 하는 날이 수두룩하다.

근로 의욕을 떨어트리는 또 다른 요인은 ‘낮은 처우’다. 무엇보다 다른 사회복지시설에 비해 더 낮은 인건비 가이드라인은 박탈감을 키운다. 정부는 거주시설의 경우 교대근무에 따라 수당이 지급된다는 입장이지만 생활지도원들은 “건강과 맞바꾸라는 것이냐”며 반발한다.
생활지도원의 인건비는 지난해 1호봉 기준 월 208만원이다. 같은 시기 최저임금(206만원)보다 2만원만 더 받는 정도다. 이는 시설 내 간호조무사, 작업치료사, 영양사 등 보다 처우가 낮으며, 다른 아동·노인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의 임금체계와 비교해도 낮다. 생활지도원의 인건비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인건비 가이드라인의 96.1% 수준에 불과하다.
40대 생활지도원 최모씨는 “인건비 기준 자체도 낮지만 이마저도 지자체에서 삭감하는 경우가 많다”며 “근무 강도가 힘든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회복지사보다도 월급이 적다. 같은 전문 자격증인데 박탈감이 크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부정적 인식 가장 고통”
이런 환경 탓에 ‘기피 직종’으로 전락한 생활지도원들은 일찌감치 현장을 떠나고 있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거주시설 종사자의 근무연수는 ‘1년 이상 3년 미만’이 24.9%로 가장 많았다. 이어 ‘5년 이상 10년 미만’ 22.5%, ‘10년 이상 20년 미만’ 17.6%, ‘3년 이상 5년 미만’ 16.1%, ‘1년 미만’ 15.1% 등이 뒤를 이었다. 근무연수가 5년 미만인 직원이 56.1%로 절반을 넘는다. 근무연수가 짧은 직원이 많은 만큼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설 측도 채용난에 허덕이고 있다. 경기도의 한 거주시설 원장인 이모씨는 “채용 공고를 올해 7번 냈다”며 “현재 전체 직원 40명 중 50대 이상이 19명일 정도”라고 했다.
생활지도원들이 가장 괴로워하는 순간은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을 받을 때다. 이들에 대한 인권 및 처우 보장 없이 그저 ‘천사’라 치부하는 동시에 ‘학대 가해자’로 의심하는 것이다. 수백쪽 분량의 복지부 실태조사에서도 종사자의 인권에 관한 물음은 없었다.
최씨는 “매번 ‘선생님들은 천사입니다’라는 말만 들으면서 과로와 낮은 임금 등 모든 걸 감당하게 한다”고 했다. 그는 “시설에 가끔 면회 오는 부모님이 어느 날 자식의 상·하의를 들춰봤다. 혹시 멍이나 상처가 있는지 보면서 학대 가해자 취급을 하더라”며 “우리를 위한 실태조사도, 지원도 없다. 주변에 우울증약을 먹는 동료들이 있으나 정작 상담받을 시간조차 없다”고 울먹였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