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는 이때 단일화 전격 합의

6∙3 조기대선은 사실상 ‘3자 구도’로 치러지게 될 전망이다.
대선 사전투표(29∼30일)를 하루 앞둔 28일,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단일화가 무산 수순을 밟으면서다. 3년 전 대선에서는 사전투표 하루 전인 3월3일 새벽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윤 후보로 단일화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로 꼽혔던 김 후보와 이 후보 단일화는 현재 후보 간 접촉은커녕 협상을 위한 물밑 노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직 후보 간 담판 등 완전히 문이 닫힌 건 아니지만, 양측 입장 차가 크고 시간도 부족해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일화 협상, 이미 늦었다”
이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냈던 국민의힘은 이제 ‘김문수 자강론’과 ‘이준석 사표론’에 힘을 실었다. 이 후보에게 표를 주면 ‘사표(死票)’가 될 테니 김 후보를 선택해달라는 여론전을 폈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사 브리핑에서 “단일화 문제는 이제는 기계적으로 시한을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저희가 협상하고 접촉하면서 해결할 국면은 이미 지나갔다”고 밝혔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준석 후보를 지지했던 분들도 사표 방지 심리가 발동할 것이기 때문에 막상 투표장에 가면 ‘반(反)이재명’을 위해 김문수를 선택해야 한다는 투표 정서가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지지층에게 ‘투표로 반이재명 단일화를 만들어달라’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지난 27일 3차 TV토론에서 이 후보가 ‘젓가락 발언’을 한 것을 ‘실언’으로 평가하며 단일화 ‘무용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다만 완전히 문을 닫아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문수 후보 비서실장인 김재원 전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설사 오늘 자정이 되어도, 또 내일 아침 사전투표 시작 때까지도 또다시 밤새 극적 타협이 있을 수 있다. 충분히 단일화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단일화는 없다’는 이 후보의 입장은 확고하다. 이 후보는 이날 “애초에 단일화를 고려한 적이 없다”며 “김 후보가 사퇴하더라도 국민의힘과 힘을 합칠 가능성도 없다”고 밝혔다. 개혁신당에선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상승세가 나타난 점을 부각하며 오히려 김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안철수∙이준석, 상황 차이는
3년 전 대선 때와 지금의 결정적 차이는 당시는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미미한 상황에서 후보 단일화 효과로 대선 승자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안철수 후보가 완주할 경우 갖게 될 부담과 후폭풍이 큰 상황이었다. 동시에 두 후보가 공동정부 구성을 약속한 만큼 안 후보가 기대할 수 있는 대가도 있었다. 승리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단일화를 가정한 여론조사에서 김문수∙이준석 둘 중 누가 단일 후보가 돼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밀리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선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선거 승리에 일조했던 안철수 의원만 해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정권 초에 역할을 했지만, 결국 ‘원점(최고 권력자)’으로 모이는 권력의 속성상 공동정부 구성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승리한 선거에서도 이러한데, 단일화 후 패배할 경우 이준석 후보가 갖게 될 불이익은 더 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로 진통에 휩싸일 보수 진영에서 대안 세력으로 부상할 기회를 잃을 수 있어서다.
또 일각에서는 안 의원과 이 후보의 차이 중 하나로 경제력을 꼽기도 한다. 안 의원의 경우 3년 전 선거 막바지에 중도 하차하면서 후보 등록 기탁금 3억원에 각종 선거비용까지 일반인은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손해를 봤다. 재력가인 안 의원에게는 큰 고려사항이 아닐 수 있으나, 이미 막대한 선거비용을 쓴 이 후보에게는 고려사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손해를 감수하려면 그만큼 큰 정치적 보상이 뒤따라야 하는데 현재로선 유인력이 약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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