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프랑스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가 스위스에서 조력 사망한 이후 프랑스 사회의 화두로 떠올랐던 ‘조력 사망’ 합법화가 하원에서 첫 단계를 통과했다.
프랑스 하원은 27일(현지시간) 열린 1차 표결에서 조력 사망 허용 법안을 찬성 305명, 반대 199명으로 통과시켰다고 AFP, 르몽드 등이 보도했다. 이 법안은 치료 불가능한 질병이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돼 신체적 고통 등을 유발할 경우, 환자 본인의 요청으로 의사가 처방한 약을 스스로 투여해 사망에 이르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 18세 이상 프랑스 국적자이거나 프랑스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시민은 조력 사망을 신청할 수 있다. 현행 프랑스 법률은 인공 생명유지장치 중단과 같은 소극적 안락사만 허용하고 있으며, 의사가 환자에게 약물을 주입해 사망에 이르도록 하는 적극적 안락사는 불법이다.

프랑스의 조력 사망 논의가 본격화한 것이 법제화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2022년 9월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가 스위스에서 조력 사망으로 생을 마감한 뒤 2023년 4월까지 프랑스 전역에서 140회 이상의 시민 토론회가 열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같은 해 4월3일 시민 자문 기구인 ‘임종에 관한 시민의회’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며 “시민 토론 결과 전체 4분의 3은 안락사 또는 조력 사망에 찬성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사망 임종 선택에 대한 프랑스 모델을 올해 안에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카트린 보트랑 노동보건연대부 장관은 “상원이 올해 이 문제를 검토하기 시작하고, 2026년 초에 제안된 변경 사항을 국회에 다시 제출하기를 바란다”며 조력 사망 허용이 차기 대선인 2027년 이전까지 합법화되기를 희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옛 트위터)에서 “연명의료결정에 대한 국회의 결정은 중요한 진전”이라며 “바라던 형제애의 길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며 환영했다.
현재 유럽 대륙에서는 8개국이 조력 사망을 허용하고 있다. 2002년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의사와 독립적인 전문가가 환자가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으며 호전될 기미가 없다는 데 동의하는 것을 조건으로 조력 사망을 허용했다. 스페인은 2021년에, 오스트리아는 2022년에 합법화됐다. 스위스에서는 적극적 안락사는 불법이지만 1940년대부터 조력 사망이 합법화됐다. 룩셈부르크와 포르투갈, 독일도 조력사를 비범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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