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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수록 더 망가진다”…커피 속 ‘이것’의 잔인한 진실

입력 : 2025-05-30 05:00:00 수정 : 2025-05-29 20: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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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기 전 커피 한 잔, 뇌 회복 방해해”
카페인의 수면 중 뇌 활동 변화 첫 규명

젊은 층에서 더욱 더 뚜렷하게 나타나
스트레스 회복 등과 밀접한 관련 있어

밤늦게 커피를 마신 뒤 쉽게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caffeine)’ 때문이다. 카페인은 커피뿐 아니라 차, 초콜릿, 탄산음료, 에너지 드링크 등 다양한 식음료에 포함되어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각성 물질 중 하나다.

 

최근 과학자들이 카페인이 수면 중 뇌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수면 중 뇌의 회복 기능과 인지적 리셋에 카페인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교 인지·계산 신경과학 연구소(CoCo Lab)와 퀘벡대학교 인공지능연구소(Mila) 연구진이 주도했으며, 권위 있는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발표됐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30일 해당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카페인은 뇌 신호의 복잡성을 증가시키고, 수면 중 ‘임계성(criticality)’을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효과는 특히 젊은층에서 더 두드러졌다.

 

카림 제르비(CoCo Lab 소장 겸 몬트리올대 심리학과 교수는 “임계성은 뇌가 질서와 혼돈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상태로, 정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유연하게 적응하며, 학습과 의사결정에 유리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마치 오케스트라와 같다. 너무 조용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너무 시끄러우면 혼란스럽다. 이상적인 상태는 조직적이면서도 유연한 중간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줄리 캐리어 몬트리올대 수면·노화 심리학과 교수는 “카페인은 뇌를 각성시켜 더 깨어 있고 반응성이 높은 상태로 만든다. 이는 낮 동안에는 집중력 향상에 유리하지만, 밤에는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뇌가 충분히 이완하지 못하면 회복 기능이 저하되고, 장기적으로는 인지적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면 중 뇌파 변화 추적

 

연구진은 40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두 번의 수면 실험을 진행했다. 한 번은 잠들기 3시간 전과 1시간 전에 카페인 캡슐을 복용하게 했고, 다른 한 번은 위약(가짜 약)을 복용하게 했다. 실험 중 피험자들의 뇌파를 정밀 측정해 수면 단계별 뇌 활동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 책임자인 필립 톨케(CoCo Lab 연구원)는 “인공지능 기반 고급 통계 분석을 통해 카페인이 뇌 신호의 복잡성을 증가시키고, 뉴런 활동을 더 활발하고 예측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기억 통합과 인지 회복에 중요한 ‘비렘(NREM) 수면’ 단계에서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카페인은 수면 중 뇌의 전기 리듬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깊은 수면과 회복에 필요한 느린 뇌파(세타파·알파파)를 억제하고, 깨어 있을 때 활성화되는 베타파를 증가시킨 것이다. 이는 뇌가 수면 중에도 완전히 쉬지 못하고 계속 활성화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제르비 교수는 “이러한 변화는 뇌 회복의 효율성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기억 처리 기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젊은층일수록 더 큰 영향

 

카페인의 수면 방해 효과는 20~27세의 젊은 성인층에서 41~58세의 중년층보다 훨씬 더 크게 나타났다. 특히 렘(REM) 수면, 즉 꿈을 꾸는 수면 단계에서 차이가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뇌 내 아데노신 수용체 밀도의 차이에서 찾았다. 아데노신은 졸음을 유도하는 신경전달물질이며, 카페인은 이를 차단함으로써 각성 효과를 유도한다. 나이가 들수록 아데노신 수용체의 밀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중년층은 상대적으로 카페인의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보인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줄리 캐리어 교수는 “이는 중년층이 카페인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생리학적 근거”라며 “나이에 따른 수용체 변화가 카페인의 뇌 작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카페인이 단순한 각성제가 아니라, 수면 중 뇌의 전기적 활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물질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카페인은 뇌의 각성 상태를 유지시키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카페인이 수면 중 뇌의 회복과 기억 통합 같은 핵심 기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젊은층에서는 그 효과가 더 뚜렷했는데, 이는 학습 능력, 감정 조절, 스트레스 회복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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