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격이 1% 오를 때 주택 매매가격이 0.65% 상승하고, 갭투자가 1% 증가하면 주택 가격이 0.15%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 주택시장이 전세 제도와 갭투자 등 고유한 구조적 특성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좌우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분석 결과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은 금리와 대도시화가 주택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주택 시장 변동성 확대의 사회적 비용과 향후 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최근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OECD 21개국과 한국의 주택시장 변동 요인을 비교 분석하고, 국내 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정책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 전세·갭투자 영향 크고 수도권 중심
29일 보고서에 따르면 OECD 국가들은 2010년 이후 금리가 1%포인트 하락할 때 주택 가격이 평균 4.5% 상승했고, 대도시화율이 1%포인트 증가하면 주택 가격이 10.3%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리와 도시화 같은 거시적 변수들이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전세가격과 갭투자, 금리, 주택담보대출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하며, 특히 전세 제도가 주택시장 가격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됐다. 전세가격이 1% 상승할 경우 주택 매매가격은 평균 0.655% 올랐다. 시장 변동성이 높은 시기에는 상승폭이 0.706%로 더 커졌다.
갭투자 또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갭투자가 1% 증가할 경우 주택 가격은 평균 0.148% 상승했으며, 이 영향은 수도권(0.179%)이 지방(0.128%)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특히 고변동기에는 주택 가격이 0.198% 상승해, 갭투자의 영향력이 더욱 부각됐다.
금리 인하 효과도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전국 평균 집값은 0.04% 상승하지만, 수도권은 0.106% 상승한 반면 지방은 0.024%에 그쳤다. 주택담보대출 역시 수도권에서는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지방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실수요자 보호 중심의 탄력적 접근 필요
국토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한국 주택시장은 전세제도와 갭투자라는 특수한 요인이 시장의 방향을 좌우하고 있다”며 “정책 설계 시 이러한 구조적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 모기지 운용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무주택자, 신혼부부 등에게 선별적인 지원을 통해 정책 효과를 높이고, 동시에 투기적 수요는 강력히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정책 자금의 시기적·공간적 배분을 조절하고, 스트레스 DSR 규제 역시 단계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세자금대출에도 DSR 규제를 적용해 과도한 대출 의존을 억제하되, 저소득층과 청년층 등 실수요자에게는 예외를 인정하는 탄력적 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정교한 지역별·계층별 대응이 핵심”
한 부동산 정책 전문가는 “이번 보고서는 한국 주택시장의 구조적 특성이 가격 변동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줬다”며 “전세가격과 갭투자의 변동이 단순한 임대차 차원을 넘어 매매시장 전체를 좌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세제도가 가진 이중적인 역할을 다시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OECD 주요국들이 금리와 도시화 등 거시 변수 중심의 영향을 받는 반면, 한국은 미시적 구조 요인이 주도하는 시장”이라며 “특히 갭투자가 수도권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지역 맞춤형 정책의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앞으로의 주택 정책은 단순한 수요 억제나 대출 규제에 머무르지 않고,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차단을 병행하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정책 모기지, DSR, 전세대출 규제 모두 시장과 계층 특성을 반영해 유연하게 설계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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