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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80만원짜리 중고차”…신차보다 비싼 기현상, 왜?

입력 : 2025-05-28 05:00:00 수정 : 2025-05-28 05: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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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고차 수출 시장, 단순 재고 처분 아닌 글로벌 소비자 ‘선택지’로 빠르게 전환
고환율 효과, 국산차 브랜드 가치 상승, 전쟁과 재건…다양한 요인 복합적으로 작용
최근 신차급 차량, 높은 가격 거래되는 구조 변화…글로벌 시장 브랜드 자산 재조명

경기 침체 속에서도 국내 중고차 시장이 이례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고환율, 국산차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지정학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해외에서 한국 중고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신차급 중고차는 국내 신차 출고가보다 높은 가격에 수출되는 ‘역전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2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고차 수출 대수는 7만8842대로 전년 동월 대비 55.7% 증가했다. 수출액은 3억9069만달러에서 7억6140만달러(약 1조500억원)로 무려 94.8% 급증했다. 물량뿐 아니라 차량 1대당 평균 수출 단가도 큰 폭으로 상승한 셈이다.

 

이전까지는 국내에서 수요가 없는 노후 차량이 주로 수출됐지만, 최근에는 구매한 지 1~2년밖에 되지 않은 ‘신차급 중고차’가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재고 처분의 차원을 넘어, 한국 중고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실제로 중고차 플랫폼 엔카닷컴에 등록된 2025년식 현대 팰리세이드 7인승 4륜구동 모델은 6980만원에 매물로 올라와 있다. 이는 동일 모델의 국내 신차 출고가(5339만원)보다 1600만원 이상 비싼 가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수요가 워낙 뜨겁다 보니,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좋은 매물은 해외로 먼저 빠진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 소비자는 최근의 중고차 시장 상황에 대해 “요즘 중고차 시장 돌아가는 걸 보면 진짜 놀랍다”며 “예전엔 중고차라고 하면 그냥 저렴한 차, 오래된 차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요즘은 신차급 중고차가 신차보다 더 비싸게 팔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외국에서 한국 중고차에 대한 수요가 그렇게 많다니, 같은 차라도 국내보다는 해외로 나가는 게 더 이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환율 영향도 크고, 국산차 품질에 대한 해외 신뢰도도 높아졌다고 한다”며 “이제는 신차든 중고차든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시장이 된 것 같다. 인기 모델은 매물도 빨리 빠지고 가격도 계속 오르니 타이밍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예전엔 중고차는 좀 꺼려졌는데, 요즘은 잘만 고르면 새 차처럼 관리된 차량을 좋은 조건에 살 수도 있고, 나중에 수출까지 생각하면 손해도 덜 보는 구조가 된 것 같다”며 “이렇게까지 시장이 바뀔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수출 호조의 배경에는 고환율과 국산차 브랜드 가치 상승이 자리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국내 가격이 해외 수입업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지는 데다, ‘가성비 좋고 수리 쉬운 차’라는 국산차 이미지가 글로벌 시장에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는 시리아 전후 복구 수요가 본격화되면서, 한국 중고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카자흐스탄 등 러시아 인근 국가를 통한 간접 수출도 증가 추세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부터 한국 중고차 수출의 핵심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상당량이 러시아로 재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단기간에 꺾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항만공사(IPA)는 올해 국내 중고차 수출 대수가 60만~65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천항은 전체 중고차 수출 물량의 약 80%를 소화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한국 중고차는 단순히 ‘낡은 차를 싸게 사는 수단’에서 벗어나, 글로벌 소비자들의 합리적 대안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차급 중고차에 대한 수요가 해외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국내 소비자들도 시장 흐름을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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