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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적용 제외와 한계 [알아야 보이는 법(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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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26 18:35:25 수정 : 2025-05-26 18: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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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이 경제활동의 기본법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모든 분야에 예외 없이 적용되는 것은 전체 법질서 차원에서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적용이 제외되는 몇가지 예외를 두고 있는데, 제116조(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 외에도 제117조(무체재산권의 행사행위), 제118조(소규모 조합의 행위)에 규정되어 있다.

 

먼저 제116조에서는 ‘이 법은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다른 법령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주로 공정거래법 제40조의 부당공동행위와 관련되는 것이다. 다만 무조건적인 예외를 둔다면 공정거래법의 실효성이 몰각될 우려가 있는 탓에 해석상 그 한계가 있다는 것이 통설적 견해이며 대법원도 동일한 입장이다.

 

‘다른 법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 관련해 대법원은 “해당 법률에 따른 모든 행위가 해당될 수는 없으며, 당해 사업의 특수성으로 경쟁제한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사업 또는 인가제 등에 의하여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가 보장되는 반면 공공성의 관점에서 고도의 공적 규제가 필요한 사업 등에 있어서 자유경쟁의 예외를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법률 또는 그 법률에 의한 명령의 범위 내에서 행하는 필요·최소한의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기본원칙하에 대법원은 그간 공정거래법의 적용 제외와 관련한 여러 사례에서 적용 제외를 인정하는데 매우 엄격한 입장을 유지해왔고, 이러한 입장은 최근의 판결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법 116조와 해운법 제29조의 관계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해운법 29조 제1항 본문에서는 ‘외항 화물운송사업자들은 운임·선박 배치,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8년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이 한국∼동남아시아 항로의 요금 내지 운임을 담합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었고, 공정위는 수년간의 조사 끝에 운임 합의에 대해 위법으로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러한 공정위 조치에 해운사들은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등법원에서 행정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그중 지난해 2월1일 원고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했으나(서울고법 2024. 2. 1. 선고 2022누43742 판결), 동 사건은 대법원에서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되었다(2025. 4. 24. 선고 2024두35446 판결).

 

해운법 29조와 공정거래법 116조의 관계를 해석하면서 서울고법은 해운법 29조의 독자성을 인정해 “설령 해운법 29조 1항에 따라 허용된 공동행위에 위와 같은 신고의무 위반 내지 협의 의무 위반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이유만으로 즉시 해운법에 따른 정당한 행위가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인바, 결국 공정거래법의 적용 제외가 부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즉 규제 권한은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있고, 공정위가 직접 조사해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운법이 29조에서 외항 정기 화물 운송사업자의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를 허용하면서 해당 공동행위에 대하여 해양수산부 장관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제의 방법과 절차를 정하고 있다는 사유만으로는 이 사건 공동행위에 공정거래법이 적용되지 않고, 그 결과 공정위에는 아무런 규제할 권한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즉 대법원은 해수부 장관과 함께 공정위의 규제 권한도 인정한 것이다.

 

물론 공정위의 규제 권한을 인정했지만, 법령에 따른 필요·최소한의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은 하지 않아 신고행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논란은 남아 있다.

 

상기 판결은 공정거래법 적용 제외에 관한 그간의 기본적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법령에 명시적으로 공정거래법의 적용 제외가 인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동행위를 허용하는 규정이 있다 하더라도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당해 법령과 공정거래법의 취지를 철저히 준수해 불측의 피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

 

신동권 법무법인 바른 고문(전 공정거래조정원장) dongkweon.shin@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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