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선이 막바지로 접어듦에 따라 국민의힘 내부에서 ‘선거 이후’를 주목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탈당으로 당내 주류의 구심점이었던 윤 전 대통령의 자취가 빠르게 사라지자 그 공백을 메울 보수의 차기 리더를 물색하는 것이다.

우선 당 주류는 김문수 대선후보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모습이다. 비주류 친(親)한동훈계는 ‘보수 재건’을 명분으로 내세워 “친윤 구태 청산”을 외치고 있다. 이 또한 당권 쟁탈전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구(舊) 친윤계와 친한계의 계파갈등 양상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소신파에 속했던 안철수 의원이 김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유세 지원으로 당내에서 재평가를 받으며 새 입지를 다지고 있다.

◆김문수로 결집한 국힘, 막바지 총력전
대선을 9일 앞둔 25일 국민의힘은 김 후보를 구심점으로 삼아 보수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은 전날 현역 최다선(6선)이자 친한계 좌장으로 꼽히는 조경태 의원을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했다. 조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 탄핵에 찬성한 ‘찬탄파’이자 그와의 절연을 공개 촉구해온 당내 대표 비주류지만, 반탄파이자 윤 전 대통령과의 명확한 단절에 선을 긋고 있는 김 후보와의 견해 차이에도 보수진영 승리라는 대의를 위해 뭉치는 모습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전례 없던 ‘후보 강제 교체’ 사태를 겪고도 빠르게 ‘통합형 선대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나경원·안철수 의원과 양향자 전 의원 등 경선주자 뿐 아니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정현 전 대표도 영입하며 보수진영 내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고 있다.
통합 행보가 강조되며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김 후보의 추격세가 두드러지자 당내에서는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재옥 총괄선대본부장은 23일 기자회견에서 “특수성과 당내 상황으로 출발이 다소 늦었지만 타 후보들과 비교해 김문수의 훌륭한 인성과 진정성 있는 행보, 공감대가 커지면서 상승의 큰 흐름이 시작되고 있다”며 “이 추세가 이어지면 사전투표 전에 골든 크로스를 기대할 수 있다. 바닥 민심이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팀’ 행보 앞장서는 안철수
김 후보로 뭉치는 ‘원팀 행보’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안 의원이다. 그는 국민의힘 대선 2차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 중 유일하게 선대위에 합류해 적극적으로 김 후보 지원에 나섰다. 김 후보 유세 일정에 활발히 동행하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내는 메시지도 ‘하나로 뭉쳐야 한다’며 통합을 강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김 후보도 안 의원을 후보 직속 정치고문으로 임명하며 ‘신뢰’를 드러냈다.
당내에서도 안 의원에 대한 호평이 이어진다. 한 대구·경북(TK) 의원은 “경선주자 중에 가장 일관성 있게 통합을 강조해온 게 안 의원”이라며 “그 진정성을 의원들도 다들 인정하고, 고마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다른 중진 의원도 “안 의원이 이제 드디어 협업을 알게 된 것 같다”며 “차기 당권 경쟁에서도 유리한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고 평했다.
안 의원에 대한 재평가가 대선 이후의 전당대회에서 그를 지지하는 ‘세력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또다른 TK 의원은 “이번에 안 의원이 새롭게 평가받는 것도 그동안 너무 의원들과 교류가 없고,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안 의원이 만약 당권에 제대로 도전한다면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친윤 청산’ 프레임 내건 한동훈
한 전 대표는 선대위 합류 대신 여전히 독자적인 선거 유세 중이다. 한 전 대표는 거리 연설에서도 김 후보에 대한 지지 발언보다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를 겨냥한 공세와 윤 전 대통령 부부, 친윤계 때리기에 집중한다. 그는 24일 SNS에서도 “친윤구태청산 없이는 상식적인 중도의 표가 오지 않는다”며 “친윤구태청산 없이는 우리가 이겨봐야 국민들은 윤석열, 김건희만 없는 친윤구태들의 세상이 똑같이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친윤 세력을 정조준했다.
당에서 윤 전 대통령과 연결고리가 가진 세력이 완전히 사라져야만 중도표의 지지를 받아 민주당 이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인데, ‘반(反)이재명’ 기치를 내걸었지만 결국 당권 투쟁에 유리한 명분 쌓기라는 지적도 계속된다.
결국 구(舊) 친윤계를 포함한 당 주류의 시선은 싸늘하다. 친윤계로 분류됐던 한 3선 의원은 “한 전 대표가 선거를 방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 선대위는 이번 대선의 성격이 ‘윤석열 단죄’로 규정되는 것을 가장 경계하는데, 한 전 대표가 유세에 나서면서 다시금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조명받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한 전 대표가 친윤 척결 구호를 외칠수록 유권자들은 국민의힘이 통합에 실패하고 ‘내전’만 벌이고 있다고 인식할 것”이라며 “자기들끼리 싸우는 당의 후보를 뽑고 싶은 마음이 들겠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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