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경찰에 다시 신고 접수
DNA 대조 등 노력 끝에 찾아
9살 때 가족을 잃은 남성이 30여 년 만에 가족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조카를 찾으려는 고모와 수사를 포기하지 않은 경찰의 노력 끝에 남성은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1989년 5월 실종된 최모(45)씨가 지난달 가족과 재회했다고 25일 밝혔다. 실종 신고 접수 36년 만이다.

최씨는 1988년 9월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건강이 악화하자 서울 강동구의 고모 집에 맡겨졌다. 실종 당일 ‘학교에 가야 한다’는 말에 최씨는 사라졌고, 고모가 서울 강동경찰서에 신고했지만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고모가 최씨를 다시 찾아 나선 건 실종 후 33년이 지난 2022년 최씨 어머니를 다시 만나면서다. 고모는 최씨 어머니를 어렵게 상봉한 뒤 최씨가 여전히 행방불명이란 사실을 알게 됐고, 실종 사건을 강서경찰서에 다시 신고했다.
사건은 지난해 2월 장기실종사건 전담부서인 형사기동대로 이관됐다. 경찰은 최씨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열람부터 시작해 건강보험과 통신사 가입 여부 등을 파악했다. 최씨가 무연고자로 분류됐을 가능성도 감안해 서울과 경기 소재 52개 보호시설에서 무연고자 309명의 DNA를 대조했다.
경찰이 최씨를 찾는 데에는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경찰은 최씨 출생연도와 부친 사망 사실 등을 토대로 최종 대상자 39명을 추렸다. 이들의 아동보호시설 입소기록 확인을 거쳐 가장 유사한 최씨를 특정했다. 이후 부산의 한 소년 보호시설 입소 기록에서 찾은 사진이 고모의 기억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최씨는 서울에 있는 소년 보호시설에서 지내다 중학교 과정 이수를 위해 부산으로 보내진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입소기록상 최씨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는 고모의 기억과 달랐다. 경찰은 다시 범위를 넓혀 최씨 인적사항이 같은 95명을 일일이 대조했고, 1995년 최씨가 성과 본을 새로 만든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 감정을 거쳐 서울 모처에서 지내던 최씨를 결국 찾아냈다. 경찰은 지난달 이들의 상봉을 주선하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학교에 가야 한다고 다그친 게 아이를 잃어버린 계기가 되었나 하는 마음에 고모가 최씨를 애타게 수소문한 것 같다”며 “긴 수사 끝에 헤어진 가족을 찾아드릴 수 있었다”고 했다. 최씨는 가족이 자신을 수소문한 걸 들은 뒤 만나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렸으나, 가족 상봉 후 경찰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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