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항행 금지 구역’을 설정한 것과 관련해 우리 외교부가 그제 중국 정부에 우려를 표명했다. PMZ란 한·중 양국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이 겹치는 해역을 뜻한다. 영해가 아니고 공해에 해당하지만, 엄연히 우리 주권이 미치는 곳이다. 중국 측은 항행 금지 이유로 군사 훈련 실시를 들었다. 일각에선 해군 함정 등을 동원한 실사격 훈련이 이뤄질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다. 대통령도 없는 국정 공백기에 서해에서 중국의 도발이 잇따르니 국민 사이에 안보 불안감이 가시질 않는다.
합동참모본부는 “PMZ는 영해 밖 공해”라며 “한·중 양국의 군사 훈련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우리 해군도 통상적으로 공해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군사 활동을 이유로 내건 항행 금지 조치로 인해 한국 선박들의 항행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선박이나 항공기를 이용해 바다 또는 그 상공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의 보장은 국제법상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꼽힌다. 정부는 우려 전달에 그칠 것이 아니라 중국의 향후 조치를 주시하며 필요시 비례적 대응도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앞서 중국은 PMZ에 대형 이동식 구조물 2기와 석유시추선 모양의 고정 구조물 1기를 설치했다. 이동식 구조물은 어패류 양식장, 고정 구조물은 양식장 관리 플랫폼이라는 것이 중국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서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자국 군함의 안전한 항로를 확보하기 위한 이른바 ‘서해 공정’의 일환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사실상 인공섬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실제로 중국은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한 뒤 이를 근거로 영유권을 주장하며 베트남·필리핀 등 주변 국가들과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지 않은가.
지금 한국 사회는 대중국 외교정책 방향을 놓고 국론이 양분돼 있다. 한쪽에선 중국이든 대만이든 그저 “셰셰”(謝謝·고맙다) 하며 사이좋게 지내면 된다고 한다. 반대편에선 중국에 관한 근거 없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혐중 감정 부추기기에 여념이 없다. 둘 다 우리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극단적 태도일 뿐이다.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해선 안 되겠으나 우리가 해야 할 말은 반드시 해야 한다. 6·3 대선까지 권력 공백기 동안 정부는 중국의 도발에 당당하게 맞서고 우리 해양주권 수호에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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