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가 노조와 관련된 부정적인 발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노동계 반발이 나왔다.
설 여사는 지난 1일 노동절에 국민의힘 포항 북 당원협의회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본인의 과거 노조위원장 시절을 이야기하며 “지금은 민노총이 돼서 굉장히 정치색이 짙지만, 그 당시의 노조라는 거는 그냥 아주 단순한 그런 그 현장의 권익보호를 위해서 했던 거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노조의 노자도 몰라요”라면서 “제가 노조하게 생겼습니까. 노조는 아주 그냥 과격하고, 세고 못생기고···. 저는 반대되는 사람이거든요. 예쁘고, 문학적이고, 부드럽고”라고 말했다. 설 여사는 1970년대 말 세진전자 노동조합 위원장 출신이다.
한국노총은 본인의 노조 활동을 부인하는 걸 넘어 여성 노동운동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드러낸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23일 논평을 통해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에게 기대되는 ‘예쁘고, 부드럽고, 문학적인’ 모습과 노조 활동을 대조함으로써, 노조 활동을 하는 여성은 여성다움에서 벗어난 존재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세고, 못생기고, 과격하다는 식의 이분법을 만들며, 사회적·정치적 투쟁에 나선 여성들은 소위 말하는 ‘여성성’이 없다는 편견을 고착화하는 발언이다. 여성이 권리 주장이나 저항의 주체가 되는 것을 비정상으로 취급하는 구조적 성차별”을 강화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노총은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제안한 후보 배우자의 TV 토론을 언급하며 “배우자 TV토론이 무산된 걸 국민의힘은 고마워해야 할 듯하다. 만약 이런 분이 TV토론에 나오면 얼마나 위험한 발언을 쏟아낼지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고 밝혔다.
이어 “발언을 들어보니 자신의 과거 노동운동에 대한 자신감도 없고, 현장에서 투쟁하는 여성 활동가들을 외모로 평가하는 편견 가득한 구시대의 사람으로 보일 뿐”이라면서 “얼마 전 김문수 후보가 같은 당의 배현진 의원에게 했던 ‘미스 가락시장’ 발언에 대해 ‘아내가 한 소리 했다’며 사과했는데 지금 보니 그 ‘한 소리’를 설난영 여사가 진짜 했겠느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문수 후보는 대통령 선거 유세 첫날인 지난 12일 같은 당의 배현진 의원이 함께한 자리에서 그를 “미스 가락시장”이라고 말해 성차별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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