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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후조리원 많은 동네, 집값도 높다?…육아 인프라 따라 움직이는 부모들 [육아동네 리포트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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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24 07:19:09 수정 : 2025-05-24 07: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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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산후조리원 1~3위는 강남·강서·양천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던 30대 맞벌이 김모씨 부부는 둘째 임신을 한 뒤 지난해 강서구 마곡으로 이사했다. 단지 산후조리원 때문은 아니었다. 출퇴근 여건, 첫째의 어린이집, 병원 접근성, 그리고 조리원까지 출산 직후 생활을 뒷받침하는 육아 인프라 전반이 이사 결정에 영향을 줬다.

 

한 산후조리원 입구 전경. 최근 산모들은 조리원 시설 등 육아 인프라 수준을 고려해 주거지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김씨는 “출산은 병원에서 하지만, 그 뒤의 일상은 동네에서 시작된다”며 “아이 낳고 키우는 게 부담스럽지 않은 곳인지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부담 덜하고, 인근 직장과 동선도 맞아 결국 이곳으로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에게 산후조리원은 ‘육아를 시작하기에 적합한 환경’인지 판단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사람들이 몰리는 지역일수록 병원, 어린이집, 조리원 같은 육아 인프라도 함께 집중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해당 지역의 집값 상승과도 맞물려 움직인다. 결국 조리원이 많은 지역은 단순한 ‘출산 편의’보다, 삶의 질이 높은 주거지로서의 선호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24일 서울 열린데이터광장에 따르면 작년 기준 서울에서 가장 많은 산후조리원을 보유한 곳은 강남구(17곳), 그 뒤를 강서구(11곳), 강동구(10곳), 송파구(9곳), 양천구(8곳)였다.

 

서울에서 조리원수가 가장 많은 강남구 인구는 55만명으로 서울에서 두 번째로 인구 규모가 큰 지역이다. 인구 1위인 송파구(64만명)에도 조리원이 몰려 있다. 양천구 역시 인구 약 45만명에 산후조리원이 잘 갖춰진 곳이다.

 

송파·강남처럼 고소득 가구가 밀집한 지역은 조리원 숫자뿐 아니라 시설 수준, 가격 면에서도 고급화된 경향이 강했다. 양천구의 경우 목동 중심의 학군·주거 선호 외에도 조리원 선택지에 대한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적 특성이 반영됐다.

 

자치구내 조리원 개수는 평균 매매가와도 연관성을 보였다.

 

이날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부동산 지인’에 따르면, 서울의 평당 매매가 상위 지역은 대부분 강남3구였다. 서초구는 평당 8723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강남구는 8604만원, 송파구는 6164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서초구는 상대적으로 조리원 수는 적지만, 강남구와 인접한 지역으로 사실상 동일 생활권으로 분류돼 해당 인프라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양천구(4901만원)는 강남권 다음으로 땅값이 비싼 동네다.

 

서울 평균(4250만원)보다 낮은 매매가를 보이는 지역들 중에서도 조리원 수가 많은 곳이 존재했는데 바로 강서구다. 강서구의 매매가는 평당 3236만원으로 서울 중하위권 수준이었지만, 산후조리원 수는 강남구 다음으로 많았다.

 

강서구는 서울 서부권에서 산후조리원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지역이다. 이 배경에는 마곡지구의 산업단지화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곡에는 LG사이언스파크, 롯데, 코오롱, 이화의료원 등 대기업과 연구시설, 의료기관이 대거 들어서 있으며, 이로 인해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이 거주하거나 출퇴근한다. 이들의 소비수준을 고려했을 때 ‘강남 수준의 인프라를 갖췄지만 더 합리적인 비용’을 제공하는 산후조리원들이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산후조리원 내부 모습. 침대, 아기침대, 수유쿠션, 티비, 공기청정기 등 신생아와 산모를 위한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용산구에 거주하는 30대 후반 임산부 박모씨는 지난해 마곡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몸을 풀었다. 집 근처에도 조리원이 있었지만, 그는 “비슷한 비용이면 시설이 더 좋고 병원 접근성도 뛰어난 곳에서 회복하고 싶었다”며 “마곡은 자차로 20분 정도면 이동 가능하고, 의료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강남보다 비용 부담이 덜하면서도 만족도는 높았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소장 김모씨는 “산후조리원 하나만으로 주거지를 옮기지는 않지만, 출산 직후의 회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은 전반적인 주거 선호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단순히 출산 편의성 차원을 넘어, 육아의 시작을 지원하는 지역이라는 상징성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육아동네 리포트’는 이번 8화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관심과 애정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사진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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