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측 “공항·병원 등 대형 사업자만 신청
일반 소비자에 부담 전가… 보완책 필요”
산업용 전력요금 인상으로 더 저렴한 전기를 찾아나서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고객 이탈이 달갑지 않은 한국전력은 전력직접거래 관련 제도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2일 한전 등에 따르면 지난 3월28일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가 SK어드밴스드의 전력직접거래를 승인한 뒤 LG화학과 코레일이 추가로 직접구매를 신청한 상태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전기 판매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던 한전에서 벗어나 직접 도매시장에서 전력을 조달하겠다는 기업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직접구매제도는 제정된 지 20년이 훌쩍 지난 제도다. 정부는 2001년 전기 판매사업자가 요금 결정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또 전기 소비자는 도·소매 비용을 비교해 구매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전으로부터 소매가로 전기를 구매하는 것이 유리했다. 자연스럽게 직접구매제도는 유명무실해졌다.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연료비가 크게 올랐고 한전 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지자 정부는 최근 3년에 걸쳐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속적으로 인상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더 저렴하게 전기를 쓸 방법을 찾아나섰고, 직접구매제도가 재등장했다. 매일 정해지는 전력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전기 도매가격(SMP)은 이보다 저렴할 확률이 높다는 게 기업 판단이다. 그러나 직접구매제도는 설비용량 30㎿ 이상 전기사용자에게만 열려 있다. 사실상 일반 소비자나 중소기업은 이용이 어렵고 공항, 대형병원, 백화점, 일부 대기업 등 대용량 사용자만 신청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전은 제도 선택권이 있는 대용량 사용자와 선택권이 없는 소비자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한전은 대용량 사용자가 그간 저렴한 요금으로 전력을 이용하다가 직접구매로 빠져나가는 데 따른 재정 부담을 요금 인상과 기존 소비량에 대한 비용 납부를 통해 보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본인 비용을 책임진 이후 직접구매로 전환하거나 소비자 간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이 떠안고 있는 영업 손실을 각 전기사용자에게 귀속시키기는 쉽지 않다”며 “다만 전력망 사용료·투자비, 송배전 서비스 요금 등을 직접구매 수요자에게도 부과하도록 개선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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