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21대 대선 TV토론회에서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 정책이 화두에 올랐다. 탈원전이 화두였던 19대 대선이나 복원전이 화두였던 20대 대선 때보다 열기가 높지 않지만, 여전히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두고 대선 주자는 물론 언론의 관심은 뜨겁다. 19·20대 대선과 다른 점은 한쪽은 재생에너지, 다른 쪽은 원전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 후보이건 국민의힘 후보이건 또 다른 반쪽에 대해 그 필요성을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로 기후위기는 물론 경제위기도 극복해야 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상생의 에너지 정책이 차기 정부에서 논의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가 제때에 공급될 수 없는 리스크는 상존한다. 전력망 확충이 하나요, 무탄소 전원 확보가 둘이다. 특히 지난 2월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제시한 소형모듈원전(SMR)과 신규 원전의 적기 건설은 전력수급과 탄소중립을 위해 신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박차를 가해야 한다. 11차 전기본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했다. 거기에 민주당의 요구를 반영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더 높이고 SMR 1기와 더불어 대형원전은 2기만을 추가하는 것으로 국회에서 협의 조정했으니 이는 어느 당이 집권하더라도 지켜야 하는 약속이다.

11차 전기본 이행을 위해 신규 원전 부지 확보는 첫 번째 풀어야 할 과제다. 부지가 확보돼야 발전소 건설을 위한 예정 구역 고시와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전원개발 실시계획 수립, 건설허가 신청 등 발전소 건설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SMR의 경우 2034년 9월 첫 번째 모듈이 완성돼야 하고 대형원전인 APR1400 2기의 경우 2037년, 2038년이 각각 준공 일정이다.
원전은 건설허가 승인에만 2~3년이 걸린다. APR1400 원전 중 가장 짧은 건설허가 심사를 받은 신한울 1·2호기도 39개월이 걸렸다. SMR의 경우에도 2028년 표준설계인가를 받는다 하더라도 건설허가를 받으려면 최소 2년의 시간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인허가 기간과 건설공사 기간을 고려하면 부지 확보에 주어지는 시간은 불과 1년 남짓하다. 하지만 11차 전기본 확정이 국회 보고 과정에서 지연됐고 심지어 생각지 못했던 대통령 선거까지 발생해 신규 원전 부지 확보는 시작도 못 하고 있는 상태다.
더구나 원전 사업의 지역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원전 부지는 주민 동의를 받아야 하고 가능하다면 지역 유치의 방법으로 추진해야 한다. 과거 영덕과 삼척에 주민 동의를 받았지만, 주민 동의를 넘어 지방자치단체의 원전 유치를 바탕으로 건설 부지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사업이 지역 주민과 이익 공유를 통해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것처럼, 원전 사업도 지자체에 지급하는 각종 지원금을 원전건설 투자로 대체하고 투자 수익을 지역민과 나누는 것도 생각해 볼 방법이다.
11차 전기본의 신규 원전 추진은 국가 계획과 정부 정책에 대한 시금석이기도 하다. 정부 정책의 신뢰성이 다시 무너져서도 안 된다. 전기본에서 예정한 준공 시기를 맞추려면 지금 시작해도 빠듯하다. 대선에 상관없이 신규 원전 부지 유치에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당장 팔을 걷고 나서야 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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