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에 지친 트럼프 대신 레오 14세 나설 듯
새 교황 레오 14세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최초의 미국인 교황인 레오 14세의 부친은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로 나치 독일을 물리치고 유럽에 평화를 가져오는 데 기여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레오 14세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소개하며 “교황께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다음 협상을 바티칸에서 개최할 의사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멜로니는 “평화를 위한 교황의 끊임없는 헌신에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제안으로 지난 15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1차 협상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당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별도의 협상단을 꾸릴 것 없이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대화할 것을 촉구했으나 푸틴은 이를 거절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취임하면 24시간 안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공언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점점 중재자 역할에 흥미를 잃어가는 모양새다. 최근 푸틴, 젤렌스키와 차례로 전화 통화를 한 트럼프는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한 채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종전 협상에서) 빠지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일부 외신은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중재국으로서, 협상에서 한 발 물러설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레오 14세는 세계 각국 정상들 가운데 첫번째 전화 통화 상대방으로 젤렌스키를 택하는 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지대한 관심을 드러내왔다. 콘클라베를 거쳐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그는 일성으로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길”이라며 모든 전쟁의 중단을 촉구했다. 지난 16일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은 “필요한 경우 바티칸 교황청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의 회담 장소로 제공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레오 14세의 아버지 루이스 프레보스트(1920∼1997)는 2차대전 참전용사다. 유럽과 태평양 일대에서 전쟁이 한창이던 1943년 미 해군 소위로 임관해 이듬해인 1944년 6월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여하는 등 나치 독일을 격퇴하고 유럽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전투에 앞장섰다. 전공을 인정받은 프레보스트는 1945년 중위로 진급했고, 그 뒤 얼마 안 지나 독일의 무조건 항복으로 유럽에서 전쟁이 끝났다. 민간인이 된 프레보스트는 교육자의 길을 걸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는 학생들에게 기독교 교리를 가르쳤다. 레오 14세는 1949년 결혼한 프레보스트가 낳은 세 아들 중 막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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