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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시위 언급은 농담일 뿐...V리그는 언제든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곳” [아본단자 인터뷰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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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21 08:00:00 수정 : 2025-05-20 23:4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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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 아본단자(이탈리아) 감독과의 인터뷰 분위기가 무르익자 이번 인터뷰의 직접적 계기가 됐던 트럭 시위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아본단자 감독의 세 번째 시즌이 시작 되기 전, V리그의 전초전 성격으로 통영 KOVO컵이 열렸다. 흥국생명은 1승2패로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쓴잔을 맛봐야 했고, 일부 열성적인 흥국생명 팬들은 광화문 흥국생명 본사 앞으로 아본단자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트럭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지난달 8일 챔피언결정전 우승 직후 “KOVO컵 이후 저의 교체를 요구하는 트럭이 왔다. 내일은 응원과 축하의 트럭이 왔으면 좋겠다. 한국은 실수하면 미안하다고 말하는 문화인 것 같다. 트럭 대신 미안하다는 말을 했으면 좋겠다”고 유쾌한 뒤끝과 뼈있는 농담을 남기기도 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우승 이후 고국인 이탈리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한국 배구의 팬, 응원 문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농담조로 한 인터뷰였지만, 전해지는 과정에서 아본단자 감독이 한국 프로배구와 팬들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뉘앙스가 담긴 것으로 와전돼 보도됐다.

 

트럭 시위에 대한 얘길 꺼내자 아본단자 감독은 자신의 백팩에서 아이패드를 꺼냈다. 시위용 트럭 차량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내가 정말 그렇게 기분이 나빴다면 이 사진을 아직도 갖고 있겠는가”라며 웃으며 “엄청 유쾌한 기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기분이 나쁘거나 그렇지는 않았다. 내겐 트럭 시위 언급은 그야말로 ‘Big joke’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팬들의 열성이나 성원이 대단하다. 팬들이 구단 운영에 대해 걱정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팬들 중에는 저를 좋아하는 팬도 싫어하는 팬도 존재할 수 있다. 다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팬이 구단의 운영을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 구단이 얼마나 중심을 잡고 팀을 운영해나가느냐, 구단이 선수단을 어떻게 보호를 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아본단자 감독은 ‘배구여제’ 김연경을 보유한 덕에 가장 열성적인 팬 문화를 경험한 셈이다. 그들은 아본단자 감독을 힘나게도, 힘들게도 했던 존재들이었다. 아본단자 감독은 “팬 1000명의 긍정적인 의견보다 팬 10명의 부정적인 의견, 쓴 소리들이 더 부각이 되는 것 같다. 결국은 구단이 이러한 일부 소수의 부정적인 의견을 잘 다루느냐가 중요하다”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김연경이 지난 1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배구 세계올스타전 'KYK 인비테이셔널 2025'에서 경기가 종료된 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아본단자 감독은 3년간 V리그를 경험하며 한국 여자배구의 모든 선수들에 대해 분석을 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에는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이 없으니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멤버 전원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얘기다. 김연경의 국가대표 은퇴 이후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세계무대에서 차지하는 입지는 크게 줄었다. 아본단자 감독에게 한국 여자배구의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한 제언을 물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것 같다. 현재 멤버들을 보면 나이도 어리고, 흥미로운 선수들도 있다. 김연경 같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선수에는 기댈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각 포지션에 기량 향상이 더 기대되는 선수들이 많다. 이들이 조직력을 다듬고, 팀으로 배구를 할 수 있다면 올림픽 무대로의 복귀가 쉽지는 않겠지만, 일정 정도의 레벨로는 오를 수 있다는 확신은 있다”

 

V리그의 발전을 위한 제언도 부탁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튀르키예리그 팀 중 상위권 팀에는 대부분 외국인 감독들이 있다. 그들이 가진 각기 다른 경험이나 스토리들이 각 팀에 녹아들면서 서로 발전하고 경쟁을 한다. V리그도 좀 더 다른 경험이나 스토리를 가진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지도하고, 팀 색깔을 만든다면 더 좋은 리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게도 언제든 좋은 오퍼가 온다면 다시 V리그에서 감독직을 맡고 싶다. 한국 배구를 더 성장시키고 싶고, 특히 선수들의 배우고자 하는 태도가 너무 좋다”라면서 “미디어의 프로배구에 대한 취재 열기나 KOVO의 시스템, 팬 문화는 굉장히 높은 수준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언제든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감독으로 오고 싶은 곳”이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배구인 아본단자의 꿈을 물었다. “가깝게는 페네르바체를 이끌고 유럽배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우승시키고 싶다. 수석코치로는 해봤지만, 아직 감독으로는 해내지 못했다. 더 많은 우승 트로피를 갖고 싶다. 아울러 클럽팀이든, 대표팀이든 팀을 지도하면서 또 다른 뭔가를 창조해내고 싶다. 그게 배구인 아본단자의 최종 꿈이다”


메이필드호텔=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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