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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후 관두려 했다”… ‘김건희 무혐의’ 중앙지검장 전격 사의

입력 : 2025-05-20 21:02:32 수정 : 2025-05-21 14: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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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탄핵 기각으로 복귀 두 달 만
조상원 4차장검사도 같은 날 사의

사직서엔 “건강 이유로 결정” 밝혀
李, 직무 복귀 직후 사의 표명 검토
주요 현안 수사 고려, 시점 미룬 듯

일각 서울고검 金재수사 부담 관측
1호 탄핵 안동완 검사도 최근 사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중앙지검 4차장검사가 20일 동반 사의를 표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일로 국회에서 탄핵소추됐다가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한 지 두 달여 만이다. 6·3 대선이 2주 남은 시점에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수장과 특별수사를 지휘하는 4차장이 나란히 사직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이날 법무부에 ‘건강상 이유’를 들어 사의를 표명했다. 조 차장도 사직하겠단 뜻을 밝혔다. 이 지검장은 오후에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에게도 이 같은 소식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은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퇴직일까지 선거범죄 대응 등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퇴직은 법무부의 사직서 수리 절차 등을 거쳐 확정된다. 퇴직 예정일은 대선 하루 전인 다음 달 2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지검장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씨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 수사를 지휘했다. 조 차장은 도이치모터스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김씨가 주식 관련 지식과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주식을 사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권유에 투자 목적으로 자신의 계좌를 일임하거나 직접 거래했을 뿐 주가조작이 이뤄진다는 사실은 인지하지 못했다고 판단, 무혐의 처분을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김씨 조사 과정에서도 논란을 낳았다.

 

윤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일 때인 지난해 7월20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를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부속시설(정부 보안청사)에서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를 두고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은 김씨에 대해 출장 조사한 사실을 뒤늦게 보고받고는 대검찰청에 진상 파악을 지시했는데, 이 지검장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검찰 지휘부 사이 갈등이 격화하는 일도 있었다.

 

이후 국회는 지난해 12월5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 지검장과 조 차장,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는 올해 3월13일 이 지검장 등이 김씨 수사 과정에서 재량권을 남용하지 않았다며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이 지검장과 조 차장, 최 부장은 즉시 업무에 복귀했다.

 

이 지검장은 사직서에 건강상의 이유를 댔지만, 탄핵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직후 사의 표명을 검토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의혹 수사를 비롯한 굵직한 수사 현안이 산적해 있어 두 달여 간 수사 지휘를 어느 정도 매듭지은 뒤 이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 연합뉴스

조 차장은 이날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탄핵 등으로 너무 힘들었다”며 “지금까지 검찰에 20여년 있으면서 ‘어떤 편을 든다’ 이런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씨 무혐의 건을 해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검장과 같은 날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선 “각자 알아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서울고검의 김씨 재수사가 진행 중인 점이 이들의 사의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지검장과 조 차장이 대선 이후 김씨 등에 대한 고검의 재수사나 타 수사기관의 관련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직을 던진 것이라는 평가다. 검사징계법(제7조의4)은 검사가 퇴직을 희망할 경우 징계 사유가 있는지 대검이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사가 징계를 면하고자 사직하는 일을 막기 위한 조항이다.

 

이들의 퇴직이 확정되면 서울중앙지검은 새 수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다시 대행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이 지검장과 조 차장 등의 직무가 정지됐을 때처럼 지검장의 업무는 박승환 중앙지검 1차장검사가 맡고, 반부패수사부 등을 총괄하는 조 차장의 업무는 공봉숙 2차장검사와 이성식 3차장검사가 분담해서 맡게 된다.

 

현직 검사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소추됐던 안동완 서울고검 검사도 최근 일신상의 이유로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검사는 부산지검 2차장검사였던 2023년 ‘국가정보원 간첩 증거조작 사건’의 피해자인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했다는 의혹으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됐으나, 헌재는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탄핵 청구를 기각했다. 안 검사 역시 탄핵소추 등 일련의 과정에서 겪은 고초를 언급하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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