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경쟁서 밀린 것도 원인
日 판매 점유율 1980년대 후 최저
정부 대규모 투자… 반등 안간힘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부활’을 꿈꾸며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최근 지어진 반도체 공장 절반 이상이 아직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용을 제외한 일반 반도체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주요 반도체 기업 9곳의 공장 투자 상황을 살핀 결과 2023, 2024년에 건설이 완료된 공장 7곳 가운데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양산을 개시한 공장은 3곳뿐이었다고 보도했다.
야마나시현에 위치한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의 고후 공장이 대표적 예다. 르네사스는 올해 양산 개시를 목표로 지난해 4월 이 공장의 문을 9년 만에 다시 열었지만, 전기차(EV) 등에 쓰이는 파워반도체 수요가 둔화함에 따라 양산 시점을 재검토 중이다.
로옴은 미야자키현에 공장을 취득해 지난해 11월부터 시험 생산에 돌입했으나 양산 시점을 아직 못 정했다. 파워반도체 증산을 염두에 두고 니가타현에 생산 거점을 새로 만든 산켄전기 역시 본격 생산을 당초 계획보다 2년 늦은 내년 이후로 늦췄다.
양산을 시작한 기업들도 생산 확대에는 신중한 태도다. 소니그룹은 이미지센서 생산 확대를 위해 나가사키현에 새로 지은 공장에서 지난해 말 양산을 개시했지만, 추가 설비 투입은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결정하기로 했다.
AI를 제외한 반도체 수요의 둔화는 세계 공통 현상이다.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공장 가동률은 60∼70% 수준에 그쳐 정상 운영 기준인 80∼90%를 밑돌고 있다. 반도체 수요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PC와 스마트폰 판매 부진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일본 기업들은 AI 반도체 설계·개발·제조에서 해외 업체에 뒤처져 생성형 AI 열풍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일본의 2022∼2029년 반도체 투자 규모는 9조엔(약 87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이시바 시게루 내각은 2030년까지 반도체·AI 분야에 10조엔(96조원) 이상의 보조금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1988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했던 일본 반도체 산업의 부활을 위해서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일본의 반도체 판매액 점유율은 2024년 7.1%를 기록해 전년보다 오히려 1.7%포인트 줄었다. 2년 만의 하락으로 1980년대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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