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대통령 후보 배우자들의 TV 생중계 토론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거부로 무산되긴 했으나 그런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한심하기 그지없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경기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경기도 법인카드를 유용한 혐의로 2심에서 벌금 150만원이 선고된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의 ‘사법 리스크’ 부각을 위한 꼼수가 아닌가. 대선까지 보름도 안 남은 가운데 국민의힘은 후보 배우자 검증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김문수 후보 본인의 경쟁력과 비전으로 승부하길 바란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영부인은 오랫동안 검증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지난 시기 대통령 배우자 문제는 국민께 실망과 분열을 안겨드렸다”고 배우자 토론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역대 영부인들 가운데 공천 등 국정개입 논란으로 국민을 실망시키고 국론 분열을 조장한 이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를 능가할 인물이 있는가. 집권 여당 시절 명품 가방 수수와 주가 조작 등 김씨를 둘러싼 온갖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침묵을 지키거나 방패 노릇을 자임한 국민의힘이 이제 와서 ‘영부인 검증’ 운운하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윤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후보이던 2022년 대선 당시 김씨를 상대로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그때 국민의힘은 “우리가 대통령을 뽑는 것이지 영부인을 뽑는 것은 아니다”라는 논리로 김씨를 엄호했다. 윤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로 헌정 질서 붕괴를 시도했다가 국회 탄핵소추를 당하고 결국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물러난 데에는 김씨의 책임도 작지 않다. 국민의힘은 김씨 문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및 친윤(친윤석열)계 눈치만 보다가 사태가 그 지경에 이르게 만든 과오부터 먼저 반성하고 국민에게 사죄해야 마땅하다.
국민의힘이 느닷없이 제안한 대선 후보 배우자 간 토론회는 생뚱맞지만, 대통령 ‘배우자 리스크’의 철저한 관리만은 꼭 필요하다. 지난 정권을 거치며 대통령의 배우자 리스크가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중대한 사안이란 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새 대통령은 영부인 보좌를 전담하는 대통령실 제2부속실 조직을 없앴다가 도로 만든 전임자의 패착을 되풀이해선 결코 안 되겠다. 아울러 2016년 9월 이후 8년 넘게 공석인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도 신속히 임명해 영부인을 비롯한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그리고 측근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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