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잇단 사고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또다시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해 공분을 사고 있다. 그제 오전 3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야간 근무를 하던 50대 여성 근로자가 기계에 윤활유를 뿌리는 작업을 하던 중 컨베이어 벨트에 상반신이 끼어 숨졌다. 주변에 있던 동료들이 손쓸 겨를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불과 4년 사이에 같은 그룹에서 3명의 근로자가 공장에서 일하다 비슷한 이유로 목숨을 잃은 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구조적 안전불감증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통상 12시간 주야 맞교대로 일하는 제빵공장은 근무 강도가 높아 위험한 일터로 꼽힌다. 이번 사고 전에도 SPC 계열사에서는 근로자들의 사망·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2022년 10월에는 평택 SPL 공장에서 20대 여성이 소스 교반기에, 2023년 8월 성남 샤니 공장에선 50대 여성이 반죽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 그 외에도 손가락 절단·골절 등 각종 산업 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국내 1위 제빵기업인 SPC 계열 공장에서 지난 4년 동안 일어난 산재 사건은 무려 572건에 달한다. 이 정도라면 ‘목숨을 걸고 일터로 나간다’는 말이 지나치지 않다. 오죽하면 SPC 내부 시스템에 근로자 안전을 맡겨선 안 된다는 말까지 나오겠나.
SPC 허영인 회장은 2022년 평택 공장 사고 때 대국민 사과를 하며 종합적인 안전관리 개선책 수립은 물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그룹 차원의 위원회를 만들어 안전경영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또 안전시설 확충 등을 위해 올해까지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재발 방지 약속이 무색하게 유사한 사고가 잇따라 ‘말 따로 행동 따로’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SPC가 안전경영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총체적으로 검증해야 할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근로자의 생명을 경시하는 기업은 지속할 수 없다. 기업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마땅하다. “피 묻은 빵을 먹지 않겠다”며 불매운동을 했던 시민들의 공분을 기억한다면 SPC는 전사적인 안전 대책을 내놔야 한다. 이번에는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해야 한다. 그래야 유사한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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