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설비·고성능 단열재 등 적용해야
업계 “공사비 증가… 명확한 평가 기준 필요”
민간 아파트 신축 시 ‘제로에너지건축물’(ZEB) 5등급 수준 설계를 의무화하는 정책 시행을 앞두고 공사비와 분양가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의무화에 따른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ZEB 인증 대상 기술 확대와 명확한 평가기준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말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공동주택에 ZEB 5등급 수준 설계를 의무화하기 위한 규제 심사를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이라며 “6월30일 (시행에)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ZEB는 에너지 절감과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을 활용해 에너지 소요량을 자체적으로 충당하는 친환경 건축물을 말한다. 에너지 자립률 등에 따라 총 6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가장 낮은 등급인 5등급(자립률 20∼40%) 수준에 준하는 규제를 민간 아파트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제도 도입 시 다음달 말부터 신축 민간 아파트는 에너지 자립률 13∼17% 수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 경우 고성능 단열재와 고효율 창호, 태양광 설비 등이 필요해 공사비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은 최근 보고서에서 “2021년 공사비 급등으로 시작된 건설시장 침체와 공사비 분쟁 심화가 지속하는 가운데 추가 공사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짚었다. 정부는 5등급 수준을 충족하려면 주택 건설비용이 가구당 약 130만원(84㎡ 가구 기준) 높아질 것으로 본다. 반면 업계에서는 가구당 공사비가 최소 293만원가량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대운 건정연 부연구위원은 “신재생에너지나 창·벽체·외벽·지붕 등에 적용한 기술 이외에 에너지 자립률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술을 확대해야 한다”며 “ZEB 등급별 적용 기술에 대한 공사비 상승과 온실가스 감축량에 대한 명확한 평가기준 제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ZEB 의무화로 단기적인 공사비·분양가 상승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제로에너지주택 의무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ZEB를 위한 고효율 자재의 생산이 증가하고, 가정용 태양광 설치가 확산되면 자재가격 및 설치 비용이 하락하면서 초기 공사비용은 낮아지게 될 전망”이라며 “중장기 측면에서 ZEB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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