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 재외국민 투표가 일제히 시작된 20일 도쿄 미나토구 민단 중앙회관 강당에 마련된 투표소. 일본에 18년째 살고 있다는 직장인 김근우(44)씨는 이날 오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뒤 “한 분 한 분의 선택이 모여 국내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는 좋은 대통령이 뽑혔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직장 일정상 이날 아니면 시간을 내기 힘들어 첫날 일찌감치 투표장을 찾았다는 김씨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보면서 많이 놀랐다. ‘나라가 진짜 어떻게 되는 건가’ 싶었다”며 “그로 인해 조기에 치러지는 대선인 만큼 나라도 의사 표현을, 권리 행사를 확실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강하게 들었던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한·일 간에 역사나 정치적 문제는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운 일이겠지만,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서로 간에 관계가 조금씩이라도 발전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양국민 개개인이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정책들이 하나씩 차근차근 실현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이곳을 비롯해 전국 19곳에서 25일까지 재외 투표가 실시된다. 일본에 거주 중인 교민, 주재원, 유학생 등 유권자 41만1043명 중 3만8600명이 선거인 등록을 마쳤다. 2022년 20대 대선 당시 2만8800여명보다 1만명가량이나 늘어 이번에는 중국 선거인단(2만5154명)보다 규모가 커졌다. 미국, 중국, 일본 중에서 3년 전보다 선거인 숫자가 늘어난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민단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일찍 투표를 마치고 출근하려는 이들이 몰려 오전 8시 투표가 개시되기 전부터 20명 정도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국적을 유지하면서 대를 이어 거주하는 교민도 많고, 가까운 이웃에 살다 보니 선거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새 한·일 관계가 냉·온탕을 오가며 교민 생활에 큰 영향을 줬던 것도 뜨거운 투표 열기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생활 9년차인 직장인 김동화(31)씨도 이날 자신의 선택이 담긴 회송용 봉투를 투표함에 넣었다. 그는 “조금 부끄럽지만 그동안에는 일로 바빠서 투표를 못 했다”며 “재외 투표는 이번이 처음인데, 나라를 위해서 잘 일하실 수 있는 분이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씨는 “아무래도 일본에 오래 살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앞으로도 일본과 크게 문제가 없는 방향으로, 좋은 관계를 잘 유지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 부부, 김이중 민단 단장 부부도 이날 오전 투표에 참여했다. 박 대사는 투표 후 기자들과 만나 “동포들이 자기의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한국 발전에 아주 중요하다. 바쁜 일이 있더라도 꼭 투표소에 오셔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한·일 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돼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계속 유지·발전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께서도 노력해 주시기를 강력하게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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