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 있는 콜센터서 범죄 이뤄져
“물품 대리 구매 요청 단호히 거절해야”
“내일 가지러 갈건데 도시락 50인분 주문 가능할까요?”
식당이나 숙박업소에 전화를 건 뒤 주문할 것처럼 속여 돈을 가로채거나 잠적하는 이른바 ‘노쇼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군부대는 물론 유명 연예인 소속사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을 사칭한 전화 한 통에 속아 경제적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은 그야말로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최근에는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당이나 후보 캠프 관계자를 사칭한 노쇼 사기가 빗발치고 있다.

20일 더불어민주당 경남선거대책위원회에 따르면 14일 한 남성이 김해의 모텔 업주에게 ‘당대표 든든캠프 홍보실장 ○○○’이라고 적힌 명함을 제시하며, 30명이 투숙할 방을 예약했다. 그런데 이 남성은 “도시락 30인분을 준비해 달라”며 특정 업체를 통한 선결제를 요구했다. 그는 추후 숙박비 등을 포함해 모든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업주는 전국적으로 피해 사례가 잇따르는 노쇼 사기를 의심해 민주당 경남도당에 이 남성의 신원 확인 요청을 했고, 사기 행각임을 알아차리면서 다행히 피해를 입지 않았다. 선대위는 A씨가 받은 명함을 확인한 결과 최근 대전 등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범죄 행각에 사용된 명함과 전화번호만 달랐을 뿐 디자인과 이름 등이 같았다고 설명했다.
경북에서도 비슷한 신고가 빗발치고 있다. 구미에서는 지난 15일 원평동의 숙박업소에 국민의힘 선거캠프 관계자라고 밝힌 이가 전화로 15개 객실을 3박 일정으로 숙박 예약을 했으나 사기였다. 같은 날 원평동의 도시락 업체에는 정당 관계자라고만 밝힌 사람이 도시락 15개와 30개를 예약 주문했으나 노쇼 범죄였다. 안동에서도 15일 한 숙박업소에 정당 관계자라고 밝힌 사람이 객실 15개를 예약했으나 나타나지 않았다.
제주에서도 노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민주당 당직자를 사칭한 인물이 서귀포시의 한 펜션에 30명 숙박 예약을 요청했으나 다행히 업주가 민주당 도당에 연락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면서 실제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노쇼 사기는 대체로 두 단계의 속임 구조를 보인다. 먼저 피해자가 운영하는 업체 물품을 주문한 후 나중에 물품과 함께 결제한다며 피해자 업체에서 취급하지 않는 다른 업체의 물품을 대신 구입해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노쇼 사건은 동남아시아에 있는 콜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최근에 다수 접수되고 있는 정당 사칭 사건도 다른 노쇼 사기들에서 발견되는 통신 형태와 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노쇼 사기도 전화금융사기·투자리딩방과 같은 비대면 기반 사기이며, 초국경 범죄이므로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등 각종 기술을 악용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짚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업체에서 취급하지 않는 다른 물품을 대리해 구매해달라는 2차 주문은 노쇼 사기의 전형적인 형태”라며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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