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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핑계 ‘노쇼’, “주변 보육원에 그 빵 후원하세요” 조롱까지… 제주선 민주당 사칭 ‘노쇼’ 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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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20 11:16:42 수정 : 2025-05-20 15: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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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교도소 사칭 이어 정당 당직자 사칭까지

민주당 당직자 사칭 “펜션 30명 예약” 후 ‘노쇼’
민주 “제주 지역 숙박업 소상공인 피해 없어야”
관련 홍보물 제작해 SNS 공유… 피해 예방 힘써

녹차크림빵 100개 예약 뒤 사라진 해병대 간부
제주교도소 직원 사칭 식자재·건축자재 수령도
“사칭 사기 업종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산”

제주에서도 군 간부와 교도소를 사칭한 ‘노쇼’ 피해가 잇따른데 이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당 당직자를 사칭한 노쇼 사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20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17∼19일 정당 관계자를 사칭해 숙박 또는 음식 주문예약 후 방문하지 않은 내용으로 접수된 112 신고 건수는 숙박업체 대상 4건, 음식점 대상 2건 등 모두 6건이다. 정당관계자 사칭이 아닌 일반 노쇼 사건도 5건 발생했다.

지난 3월 제주에서 군 간부를 사칭해 예약 주문한 빵과 조롱 메시지. 피해자 제공

실제 지난 18일 한 정당 관계자로 밝힌 A씨가 선거 운동원들이 먹을 도시락을 대신 구매해 달라고 업체에 요구했다. 업주는 대금으로 400만원을 보냈다. 하지만, 사칭범의 사기로 밝혀졌다.

 

자신을 민주당 홍보실장이라고 소개한 B씨는 지난 17일 제주시 한 횟집에 전화를 걸어 ‘19일 오후 7시 민주당 관계자 20명의 식사를 예약한다’면서 양주 4병을 미리 준비해 달라고 했다. 자신이 잘 아는 양주 판매업자를 소개해줄 테니 양주를 대신 사서 준비해달라고 요구했다. B씨는 식사 값을 결제하면서 양주 값도 함께 주겠다고 약속했다. 횟집 주인은 양주 판매업자에게 대금으로 660만원을 알려준 계좌로 송금했다. 하지만 양주도 못 구하고 B씨와 연락이 끊겼다.

 

◆정당 사칭범에 속아 도시락·양주값 수백만원 보내

 

제21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진짜 대한민국 제주도당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이재명 제주선대위)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 당직자를 사칭한 인물이 서귀포시의 한 펜션에 30명 숙박 예약을 요청했다.

 

다행히 업주가 민주당 도당에 연락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면서 실제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고, 확인 과정에서 사칭범과는 연락이 두절됐다고 선대위 관계자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제주선대위는 소상공인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민주당’ 명의로 예약을 하지 않도록 지침을 마련해 실행 중이며, 관련 홍보물을 제작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리고 있다.

노쇼 사기 예방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홍보물. 이재명 제주선대위 제공

김한규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민주당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심기 위해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선관위와 수사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도 국민의힘 당직자 또는 선대위 관계자를 사칭해 예약을 하는 사례가 제보됐다고 밝혔다. 

 

제주경찰청은 이 같은 노쇼 피해 사례가 확산하지 않도록 외식업·숙박업 제주지부에 노쇼 사기 피해예방 협조공문을 발송해 각 회원들에게 예방문자 전파를 요청했다. 도내 관공서에 노쇼 피해예방 홍보를 요청 하는 등 홍보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또한 도경찰청 및 각 경찰서 선거사범 수사상황실에서 실시간 접수되는 노쇼 사건을 모니터링하며 이에 신속하게 접수·대응할 예정이다.

 

경찰은 “남은 대선기간 동안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피해가 발생할수 있는 만큼 예방을 최우선적으로 홍보활동을 하겠다”며 정당관계자 사칭 및 주문 물품(식사 등) 대납요구시 해당 정당에 다시 한번 확인하고 대납요구 거절 등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앞서 군 간부를 사칭, 영세업체 물품 등을 주문한 뒤 나타나지 않는 ‘노쇼’ 피해가 잇따랐다.

 

제주시 삼도동에서 5년째 빵집을 운영해 온 C씨는 지난 3월 10일 제주에 있는 해병대 9여단 간부라고 밝힌 남성으로부터 예약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해당 남성은 부대원들을 위한 녹차 크림빵을 100개를 주문하면서 ‘14일 오전 9시 다른 간부가 찾으러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4일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록 빵을 찾으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

 

C씨가 예약 주문한 번호로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고 대신 ‘번창하시길 바랍니다’라는 문자가 돌아왔다. 이어 ‘병사들이 모두 녹차 알레르기가 있다’며 ‘주변 보육원에 후원하시고 좋은 일 한 번 하시길 바란다. 시간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는 식의 조롱하는 듯한 메시지를 받고 화가 난 C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C씨는 “녹차 크림빵 100개의 판매가는 33만원이지만, 손해 보다 만든 시간과 노력이 허사가 된 게 화가 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제주경찰청이 20일 노쇼 사건 대책 회의를 열고 있다. 제주경찰청 제공

서귀포시에서 천막사를 15년째 운영 중인 D(50대)씨는 4월 2일 ‘해병대 간부’라고 밝힌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 남성은 ‘해병대 2사단’ 소속이라며 부대에서 사용할 천막 4개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이 남성은 이튿날 오후 5시 직접 방문해 결제하겠다고 했다. 특히 이 남성은 D씨를 속이기 위해 ‘제2사단 해병대 군수단 여단장’ 명의의 부대 물품 공급 결제 확약서를 보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 남성은 약속한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동안 통화했던 휴대전화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제주교도소 직원이라고 사칭해 식자재나 건축자재 등을 사후 결제하겠다며 물품을 수령해 잠적하거나 업체를 속여 거액의 돼지고기 구매 비용을 대납하도록 유도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들은 제주교도소 직원을 사칭한 명함, 허위 작성 공문서 등을 보여주며 업체에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업체 측은 제주교도소 측에 뒤늦게 연락해 사실 확인을 해봤지만, 제주교도소는 주문 등을 한 바가 없었다.

 

제주교도소 측은 “최근 교정공무원 사칭 사기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제주교도소는 추가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의심스러운 전화를 받을 경우 물품을 넘기기 전에 제주교도소로 직접 전화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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