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전주의 한 식자재 창고에서 발생한 수억 원대 화재가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때문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화재 직전 현장에서 담배를 피워 화재를 유발한 것으로 지목돼 법정에 선 거래처 직원은 “분명히 꽁초를 밟아서 불을 껐다”며 다른 발화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폐쇄회로(CC)TV 영상과 화재 보고서 등을 근거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주지법 형사5단독 문주희 부장판사는 실화 혐의로 기소된 식자재 거래처 직원 A(51)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2일 오후 4시3분쯤 전주시 덕진구 한 식자재 창고 인근에서 담배를 피운 뒤 꽁초를 버려 불을 낸 혐의로 기소됐다.
담배꽁초에 남아 있던 불이 재활용 박스로 옮겨붙은 뒤 삽시간에 확산돼 식자재 창고(323㎡)와 내부에 보관 중이던 식자재, 인근 건물 외벽 등을 태워 총 4억9000여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약식기소했으나, A씨가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A씨는 “담배는 피웠지만 불을 완전히 껐고, 발화 지점과 거리가 있었다”며 담배꽁초와 화재 사이 인과관계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사건 당일 무더운 날씨를 언급하며 고인 물이 돋보기처럼 햇볕을 한곳으로 모으는 집광 효과로 인해 자연 발화했을 가능성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소방 조사와 CCTV 영상 등을 근거로 “집광 효과로 인한 수렴 화재가 발생하려면 비닐 등에 물이 고여 있어야 하는데, CCTV에는 해당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며 “반사 가능 물질과 가연물 사이 거리 등을 고려할 때 자연 발화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다.
또한 “A씨가 트럭 뒤편에서 현장을 떠난 뒤 약 3분 만에 연기가 발생했고, 5분 뒤 화염이 일었다”며 “피고인 외에 발화 지점 인근에서 담배꽁초를 버린 사람은 없어 피고인이 버린 담뱃불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화재로 인해 피해 규모가 크고 피해 복구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하되, 피고인에게 중대한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감안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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