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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하늘나라로 간 딸이 집에 있어요”…숨진 채 발견된 엄마의 쪽지

입력 : 2025-05-20 06:00:00 수정 : 2025-05-20 00: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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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모녀 비극’… 생활고 비관 추정
60대 엄마·20대 딸 숨진 채 발견
지병 앓으며 경제적 어려움 겪어

“먼저 하늘나라로 간 딸이 집에 있어요.”

 

전북 익산시 한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진 60대 여성 A씨의 옷주머니에 발견된 쪽지 내용이다.

 

사진=뉴시스

19일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쯤 익산시 모현동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여성이 추락했다는 경비원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과 구조대가 현장에 출동했지만 여성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그의 몸에서는 집 열쇠와 함께 작은 종이 한 장이 있었다. 거기엔 단 한 줄이지만 너무도 무거운 문장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곧바로 사고 지점에서 600m가량 떨어진 서민 아파트에서 A씨의 20대 딸 B씨 시신도 발견했다.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딸도 쪽지를 남겼는데, 힘겨웠던 삶에 대한 회한과 A씨에 대한 미안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딸이 글을 작성한 시점에 비춰 볼 때 올해 3월 말쯤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사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익산시에 따르면 A씨는 남편과 이혼한 뒤 두 딸을 홀로 키웠다. 모녀는 각기 다른 지병을 앓고 있고, 기초생활수급자여서 2006년부터 매월 120만원가량의 보조금을 받아왔다. 이들 모녀는 지난해부터 따로 떨어져 살았지만, 세대 분리가 안 된 큰 딸에게 일정 소득이 발생하면서 긴급복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주거급여 20여만원을 뺀 의료·생활급여 100만원가량이 뚝 끊긴 것이다.

 

사인을 알 수 없는 딸의 죽음 이후에도 어머니는 딸을 보내지 못했다. 왜 큰딸에게조차 동생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는지, 또 왜 장례를 치르지 않고 매일 방 안에 누운 딸 곁을 지켰는지 의문을 남긴 채 결국 어머니는 딸 곁으로 향했다.

 

경찰 관계자는 “모녀가 투병과 경제적 어려움을 함께 겪은 정황을 발견했다”며 “사적인 고통이 컸던 만큼 그 부분은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익산=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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