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엄마·20대 딸 숨진 채 발견
지병 앓으며 경제적 어려움 겪어
“먼저 하늘나라로 간 딸이 집에 있어요.”
전북 익산시 한 아파트에서 떨어져 숨진 60대 여성 A씨의 옷주머니에 발견된 쪽지 내용이다.

19일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쯤 익산시 모현동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여성이 추락했다는 경비원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과 구조대가 현장에 출동했지만 여성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그의 몸에서는 집 열쇠와 함께 작은 종이 한 장이 있었다. 거기엔 단 한 줄이지만 너무도 무거운 문장이 적혀 있었다.
경찰은 곧바로 사고 지점에서 600m가량 떨어진 서민 아파트에서 A씨의 20대 딸 B씨 시신도 발견했다.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다. 딸도 쪽지를 남겼는데, 힘겨웠던 삶에 대한 회한과 A씨에 대한 미안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딸이 글을 작성한 시점에 비춰 볼 때 올해 3월 말쯤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사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익산시에 따르면 A씨는 남편과 이혼한 뒤 두 딸을 홀로 키웠다. 모녀는 각기 다른 지병을 앓고 있고, 기초생활수급자여서 2006년부터 매월 120만원가량의 보조금을 받아왔다. 이들 모녀는 지난해부터 따로 떨어져 살았지만, 세대 분리가 안 된 큰 딸에게 일정 소득이 발생하면서 긴급복지 대상에서 제외됐다. 주거급여 20여만원을 뺀 의료·생활급여 100만원가량이 뚝 끊긴 것이다.
사인을 알 수 없는 딸의 죽음 이후에도 어머니는 딸을 보내지 못했다. 왜 큰딸에게조차 동생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는지, 또 왜 장례를 치르지 않고 매일 방 안에 누운 딸 곁을 지켰는지 의문을 남긴 채 결국 어머니는 딸 곁으로 향했다.
경찰 관계자는 “모녀가 투병과 경제적 어려움을 함께 겪은 정황을 발견했다”며 “사적인 고통이 컸던 만큼 그 부분은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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